[ 권민경 기자 ]
LG전자가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주가가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달 17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외국인은 3거래일째 LG전자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LG전자 주가가 올해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회복을 보이다 3분기께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올 상반기엔 TV와 가전, 하반기에는 스마트폰의 수익 개선이 '환골탈태'의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 6만원 아래 추락하던 주가 바닥 찍고 도약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주가는 올해 6만8100원에서 시작해 이날 6만38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5% 넘게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4월(9만400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0%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말 6만 원 중반을 맴돌던 주가는 올 들어 6만 원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 11일 5만9800원을 찍어 1년 8개월 만에 6만 원 선도 깨졌다.
날개없이 추락하던 주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최근 일주일 사이다. 올 1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이 회사 주식을 담았다. LG전자 시가총액은 다시 10조 원을 회복했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내놓은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 최근 1개월 전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일부에서는 1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을 포함한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056억 원으로 2000억 원대 초반을 봤던 시장 예상을 웃돌 것" 이라며 "TV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 상반기 TV·, 하반기 스마트폰이 실적 열쇠
TV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는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인하와 신제품 출시로 전 분기 수준(3%)의 영업이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패널 가격은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줄곧 하락세다. 40·42인치 기준으로 169달러에서 131달러로 22.5% 떨어졌다.
올해 본격화될 초고화질TV(울트라HD) 판매도 LG전자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2012년 업계 최초로 84인치 UHD TV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시장 대중화를 위해 200만 원대 보급 제품을 선보였다.
박 연구원은 "TV 패널 가격이 1분기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한 점과 UHD TV를 강화한 것 등을 보면 HE 수익성은 2분기에도 상승할 것" 이라며 "다만 LCD 패널 수급이 2분기부터 개선될 전망이어서 하반기엔 HE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부터는 스마트폰이 속해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부의 흑자 여부가 실적을 가를 변수다. MC사업부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비를 쏟은 결과 지난해 3분기부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공격적 마케팅에 대한 효과가 실적으로 입증될 것이라 자신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마케팅비 투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중장기 미래를 위한 것" 이라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 고가 스마트폰은 물론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 확대까지 이어지는 낙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MC 사업부는 과거 1년 간 단행한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투자로 3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며 "신제품 출시로 보급형에서 고가형 모델까지 라인업을 확대한 점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는 6만 원 선에서 하방 경직성이 유지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론 7만 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1분기 HE와 가전(HA) 부문에 대한 이익 안정성을 고려하면 4~5월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 며 "3분기부터 MC 사업부의 흑자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 방향성이 나타날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