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액티브X야."…맞는 소리긴 한데

입력 2014-03-25 09:40
수정 2014-03-25 10:33

“바보야 ! 문제는 액티브X야.”이제 국민 대다수가 잘 이해하고 또 한마디 거들 수 있는 가장 흔한 말로 여겨집니다.이는 최근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액티브X가 인터넷을 통해 중국 소비자의 ‘천송이 코트’ 구매를 못하게 한 원흉으로 수배‘된데서 비롯합니다.

액티브X는 이후 국내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 장애물 (규제)로 지목되면서 현재 ‘척결’해야 할 공적 1호로 급부상한 형편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3월 17~19일 인터넷을 하루 30분 이상 사용하는 20~50대 전국의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관련 설문조사에서 잘 드러납니다.

조사 결과, 설문 응답자의 78.6%가 액티브X의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액티브X 폐지에 가위표 (X)를 던진 응답자는 불과 6.7% (반대 5.0%, 매우반대 1.7%)에 머물렀습니다.

설문에 응한 이들의 88%는 더욱이 “액티브X로 불편이나 애로를 겪었다”고 털어놨는데요. 액티브X를 사용하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이들이 구체적으로 지적한 사항의 1, 2위는 각각 “온라인 쇼핑몰 가입 및 물품 구매” (응답률 79.1%) “은행거래” (71.7%)로 나타났습니다.

또 “포털 같은 인터넷 사이트 가입” (38.3%), “연말정산 같은 정부서비스” (27.3%) “해외 사이트 이용” (6.3%)도 불편 사항으로 꼽혔습니다.

설문 참여자의 74%는 이와 함께 천송이 코트처럼 ‘국내 쇼핑몰에서 외국인의 구매가 불가능한 환경’에 대해 “문제 있다”는 시각을 보였습니다.

때문에 응답자들은 대부분 (84.1%) “액티브X를 다운받지 않아도 안전하게 접속 또는 결제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100명 중 4.5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산업연구원과 세계은행 통계를 인용해 “우리나라는 IT(정보기술) 선진국으로 평가됨에도 불구하고 GDP 내 온라인쇼핑의 비중이 미국, 일본, 중국에 비해 5분의 1에서 7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표참조=전경련제공]


이는 물론 국내 쇼핑몰의 대다수가 액티브X 기반의 공인인증서를 요구해 크롬이나 사파리 같은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하거나 국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방법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액티브X 문제가 해결될 경우 7200억원에 달하는 전자상거래 국제수지 적자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게 유환익 산업본부장의 설명입니다.

여론 등을 고려할 때 문제아 찍힌 액티브X는 여론 등을 고려할 때 ‘당장 폐지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3월 24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 “공인인증서는 계속 쓸 수 있도록 하되 공인인증서를 쓰기위해 반드시 깔아야하는 액티브X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밝혀 액티브X의 폐지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고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액티브X의 폐지에 대한 이 같은 급격한 쏠림현상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도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이들은 이를 폐지하는데 따른 이해득실과 문제의 더 깊은 요인으로 불리는 ‘공인인증서’ 문제를 제쳐놓고 액티브X 폐지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규제 혁파의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따져보면 액티브X에 대한 문제점의 제기는 10년 이상 묵은 지적 사항으로 꼽힙니다.“폐지하자”는 주장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얘깁니다.

철폐 주장의 역사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액티브X가 생명력을 유지해 온 것은 현재 액티즈X를 폐지하자는 것에서도 잘 나타나는 국내 인터넷의 지나친 ‘쏠림’현상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파일을 웹에서 구동시켜 주는 보안도구인 문제의 액티브X가 마치 인터넷 브라우저의 표준처럼 추존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지존’이 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