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날개 편 SK 여성복…VIP만 1만명

입력 2014-03-23 22:01
'오즈세컨' 5년째 흑자행진
디자인 차별화로 상류층 공략


[ 임현우 기자 ]
“저 마네킹에 입힌 옷들, 매장에 들어오면 연락 줘요.” “이 가방이 ‘천송이’가 ‘도민준’ 씨를 만날 때 들었던 거죠?”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한 갤러리에서 열린 SK네트웍스의 여성복 신상품 패션쇼(사진) 현장. 중국 VVIP(초우량) 소비자와 유통업체 바이어 수십명이 ‘오즈세컨’ ‘오브제’ ‘루즈앤라운지’ 등 이 회사 주요 브랜드의 신상품을 보며 이런저런 품평을 쏟아냈다. 김태순 SK네트웍스 중국패션사업부 운영팀장은 “중국법인이 관리하는 우수고객이 총 1만명 정도 된다”며 “오늘 초대된 고객은 연간 구매액이 5000만~1억원 정도의 VVIP들”이라고 귀띔했다.

SK네트웍스는 한동안 ‘타미힐피거’ ‘DKNY’ 등 외국 브랜드의 국내 수입에 주력했으나, 최근 자체 개발한 토종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의 배영석 중국패션사업부장(상무)은 “국내 패션시장이 수년째 연 35조원 규모에 멈춰 있지만 중국은 연평균 14%씩 성장해 370조원을 넘어섰다”며 “중국엔 매년 한국만한 마켓이 하나씩 더 생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의 간판 브랜드는 영 캐주얼 여성복 ‘오즈세컨’이다. SK는 2008년 이 브랜드를 인수한 뒤 이듬해인 2009년 중국에 진출했는데, 그해 150억원어치를 팔아 손익분기점을 단숨에 넘겼다. 지난해 중국 68개 매장에서 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매출(850억원)을 곧 뛰어넘을 기세다.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인 중국에서 오즈세컨이 성공한 비결은 ‘상류층에게 팔릴 독특한 옷만 만드는’ 차별화 전략이다. 일반 여성복과 달리 디자인이 화려하고 장식이 독특한 옷이 많다. 최고급 백화점에 입점하고, 옷값도 한국보다 50~80% 높다.

SK가 중국 전략을 짜는 데는 과거 쓰라린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2005년 ‘아이겐포스트’라는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중국에 내놨다가 3년간 100억원어치도 못 팔고 철수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철저히 상류층을 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SK는 오즈세컨의 신상품을 내놓을 때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론칭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6월 고급 여성복 ‘오브제’도 중국에 진출시켜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디올’ ‘발망’ 등과 경쟁하는 고가 브랜드인데, 매장당 월 매출이 150만위안(약 2억6000만원)에 이른다. 중국 백화점에선 월 60만~70만위안이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달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들어 ‘천송이 가방’으로 유명해진 핸드백 브랜드 ‘루즈앤라운지’의 중국 1호점도 낼 예정이다. 이날 신상품 발표회에서 바이어들은 “천송이 가방은 언제부터 파느냐”며 루즈앤라운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SK네트웍스는 중국 의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중소 패션 브랜드의 인수합병(M&A)도 추진 중이다.

상하이=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