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쇼트트랙 간판스타 '롱다리'심석희 "키 2㎝ 더 커져…평창선 개인전 金 딸 것"

입력 2014-03-23 20:47
수정 2014-03-24 04:02
최근 세계선수권 종합우승
"경기 운영능력 한 단계 높아져"

진한 화장하고 화보도 찍어
"주변에서 예쁘다고 하네요"


[ 최만수 기자 ]
훤칠한 키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고생이 다가왔다. ‘한국 쇼트트랙의 희망’ 심석희(17·세화여고)다. 앳된 얼굴이지만 키는 훌쩍 크다. 선수 프로필에는 173㎝로 기록돼 있지만 그새 2㎝가 더 자랐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에서도 가장 크다. 다리가 길어 피치(다리로 얼음을 밀어내는 동작)당 긴 활주거리를 자랑한다. 그는 소치 동계올림픽 3000m 계주에서도 결승선을 반 바퀴 남기고 긴 다리를 쭉쭉 내질러 막판 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심석희를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심석희는 최근 안경을 벗고 진한 화장을 한 채 잡지 화보를 찍었다. 그때도 곧게 뻗은 긴 다리가 화제가 됐다. 그는 “다리는 길지만 운동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허벅지가 두꺼워져 자신은 없다”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 줘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웃었다.

최근 배우 김우빈(25)과 만나 저녁식사를 한 것도 인터넷을 달궜다. 심석희가 자신을 ‘이상형’으로 꼽고 있다는 사실을 안 김우빈의 제안으로 저녁식사를 같이했다고 한다.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보고 김우빈을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앞으로도 저를 응원해 주겠다고 해서 기뻤습니다. 저는 키가 크지만 남자 키는 잘 보지 않아요. 옷을 잘 입고 스타일 좋은 남자가 멋있어요.”

동계올림픽 이후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심석희는 “친구와 돈가스를 먹었는데 식당 주인이 ‘더 열심히 해 달라’며 돈을 안 받더라”며 “미안하기도 했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가던 그는 쇼트트랙 얘기가 나오자 낯빛을 바꿨다. 그전과 달리 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심석희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먼저 스케이트 선수생활을 했던 오빠 명석씨(22·용인대 유도학과)를 따라다니다가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명석씨는 대학을 휴학하고 햄버거 배달 등 아르바이트로 틈틈이 돈을 모아 220만원짜리 초록색 스케이트를 선물할 만큼 동생을 아꼈다. 심석희는 이 스케이트를 신고 금메달을 땄다. 심석희는 “오빠는 제2의 아빠 같은 존재”라며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000m계주 금메달을 땄지만 개인 종목에선 은메달(1500m)과 동메달(1000m)에 그친 것이 아무래도 아쉽죠. 신체적·심리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4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개인 종목에서도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

심석희는 “첫 올림픽 출전이라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살이 4㎏이나 빠졌다”며 “큰 경기일수록 연습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회를 치르며 스피드 조절 등 경기 운영능력도 한층 나아졌다. 그 결과 심석희는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목(1000m, 1500m, 3000m 슈퍼파이널) 3관왕으로 여자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심석희는 “주변의 기대에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며 “심리적으로 더 성숙해진 만큼 한 단계 한 단계 실력을 쌓아 평창에선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