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아직도 소비자 게시판을 보면 '썩은 귤을 받았다' '광고했던 것과 다르다'는 불만 내용이 넘쳐납니다. 양적 경쟁에만 몰두하다보니 생겨난 부작용이죠."
검찰 압수수색, 광고 제재에 이르기까지 올들어 잇단 악재(惡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소셜커머스(전자상거래)를 지켜본 한 내부 관계자의 고백이다.
업력이 고작 3년인 소셜커머스 시장은 당연히 경쟁이 심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왕좌' 자리를 독차지 하느냐가 향후 수 십년을 좌지우지 해서다.
90% 이상 유사 상품을 가져다 파는 유통채널의 성격상 1위가 아니면 수익을 남겨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거 포털사이트 전쟁의 승자인 NHN(네이버)를 떠올리면 이해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소셜의 착각은 1등이 되기 위한 전략이다. 취급고, 방문자 수 등 '숫자'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과장 광고'가 난무한다.
이를 보고 참다 못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소셜커머스 피해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다.
공정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관련 소비자상담건수는 2010년 52건, 2011년 7030건, 2012년 7138건으로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상담 내용의 80% 이상이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피해 사례다. '이러다가 다 같이 죽는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아니면 말고'식의 상호 비방도 문제다.
과장 광고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면 상호 비방은 '달리는 말'에 올라타야 할 소셜커머스란 성장산업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행위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 빅3'의 비방전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난해 2월 위메프는 티몬이 인터넷 상에 허민 대표를 비방하는 글을 남겼다면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허민은 위메프 지주사인 원더홀딩스 대표다.
8개월 뒤 티몬은 불법 마케팅 혐의로 쿠팡을 고소했다. 쿠팡이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몬 고객을 빼돌렸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들은 여전히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위메프와 쿠팡 역시 진흙탕에서 싸웠다. 위메프는 지난해 6월 인터넷 광고에서 쿠팡과 발음이 유사한 "구팔XX"라는 내용의 비방 광고를 냈고, '나는 잘 삽니다'라는 쿠팡의 광고 문구를 '그녀는 잘 사는 줄 알았습니다'로 깎아내렸다.
얼마 전 글로벌 소셜커머스 1위인 그루폰이 한국 법인을 정리하고 티몬을 인수, 심기일전으로 다시 '토종 소셜커머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본격적인 경쟁으로 재도약 시기를 맞은 셈이다.
게다가 그간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CJ오쇼핑의 소셜커머스 CJ오클락이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섰다. 기존 '빅3'도 시도해 보지 않은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언한 것이다.
점유율만 믿고 안주해온 '빅3'가 제살 깎기 경쟁에 빠져 사는 동안 CJ대한통운 등 강력한 계열사 물류를 무기로 장착해 신흥 강자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 법이다. 이제라도 과장 광고와 상호 비방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동의 서비스를 내놓아야 할 때다.
20~30대 젊은 인재로 넘쳐나는 소셜커머스가 손에 쥔 유연한 사고와 빠른 결단력으로 공정 경쟁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유통 미래는 어둡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