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피피토네 브리오니 맞춤정장 디렉터

입력 2014-03-22 18:00
Luxury & Style

바느질 85%는 슈트 안쪽에…품질로 승부
레저웨어 강화…토털 라이프스타일 지향


[ 임현우 기자 ] 브리오니의 맞춤정장 부문 책임자인 안토니오 피피토네 디렉터(사진)는 최근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리오니 수 미주라 행사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그를 만나 브리오니의 장인정신과 남성 패션 트렌드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브리오니의 슈트는 무엇이 특별한가.

“원론적인 얘기지만 ‘품질’이다. 품질의 핵심은 수작업 공정에 있다. 일반 슈트 브랜드는 6시간이면 한 벌을 완성하지만, 브리오니는 22시간 넘게 걸린다. 바느질의 85%는 슈트 안쪽에서 이뤄진다. 눈에 보이진 않아도 입어보면 어떤 슈트보다 편안한 건 이 때문이다.”

▷브랜드의 핵심 고객은.

“안정적 소득을 올리는 45~55세 남성이다. 기업가, 정치인, 전문직 등 사회를 이끄는 남성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 층으로 고객을 넓히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30대까지 끌어들여 아버지도 아들도 입는 고급 슈트로 거듭나려 한다.”

▷디자인도 많이 바뀌고 있나.

“현재 전체 상품의 60%가 정통 슈트이고, 나머지 40%는 레저웨어다. 일 마치고 밖에 나가서도 입을 수 있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해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수 미주라를 이용하는 한국 남성들의 특징이 있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다. 동시에 우리를 적극 신뢰한다. 장인들이 제안하는 부분은 잘 받아들인다. 좋은 옷을 완성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한국에선 클래식 슈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한 벌짜리 슈트보다 재킷, 점퍼, 트라우저 등 단품으로 입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도 이런 수요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트렌드를 좇지는 않지만, 고객의 요구는 반영해야 한다. 대신 우리 DNA와 역사를 현대적으로 접목해 제대로 만든다. 지금 우리 매장엔 실크로 만든 블루종 재킷이라든지, 체크무늬를 넣어 슈트에도 잘 어울리는 점퍼처럼 고급스러운 남성 의류가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클래식 슈트는 부활할 수 있을까.

“패션엔 돌고 도는 사이클이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전문직 남성들은 여전히 슈트의 멋을 중시하고, 영국에선 클래식 슈트가 다시 주목받는 추세다. 조만간 정통 슈트가 다시 패션의 중심으로 회귀할 것이다.”

▷모기업인 케어링그룹은 남성복을 강화하기 위해 브리오니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던데.

“실제로 상당한 투자가 이뤄졌고, 조직체계와 상품군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과거엔 없던 커프스링크, 신발 등 잡화류가 많이 늘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이탈리아에서 우리 브랜드의 제품만 생산한다는 원칙과 고품질을 고수한다는 정신은 그대로다.”

▷지금 이탈리아 남자들 사이에선 어떤 스타일이 유행인가.

“소매단추 네 개 중 두 개는 풀어놓는 게 인기다. 또 허리 라인, 바지통, 소매 등이 슬림한 것을 선호한다. 사실 패션에 정답이란 건 없다. 남성들은 여성보다 옷차림에 제약이 있긴 하지만 여러 시도를 하면서 옷 입는 걸 즐겨야 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