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분식회계 묵인' 징역 1년
회계법인 "기업자료 한계" 불만
[ 양병훈 기자 ] 은행을 부실 감사한 혐의로 기소된 회계사가 법원에서 처음으로 실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회계사가 부실 감사를 이유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사례가 늘고 있어 회계법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외부감사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묵인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된 공인회계사 소모씨(50)와 김모씨(44)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소씨와 김씨는 다인회계법인에서 2008~2010년 부산저축은행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이 은행 회계처리의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묵인한 혐의로 2011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외부감사법과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2심은 이를 파기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투자자 보호’가 강조되면서 법원이 기업 부실의 책임을 회계사에게까지 묻는 판례를 정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사상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도 지난해에만 ‘회계법인 톱10’ 가운데 3곳 이상이 투자자에게 소송을 당해 패소 판결을 받았다. 회계법인이 손해배상 소송에 피소된 건수는 2010년 4건에서 2012년 9월 현재 31건으로 급증했다. 조상규 법무법인 정률 파트너변호사는 “최근 일련의 판결이 외부감사인의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해 선례로 굳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기업이 기초자료를 부실하게 넘겨주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며 “회계감사보고서는 안전성을 항상 담보하는 게 아니라 한계가 있는 테스트를 거쳐 나온 것이라는 점을 법원이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회계법인이 한계가 있지만 ‘적정’이 아닌 ‘주의’ 등의 보고서를 낼 수는 있다”며 “회계법인이 계속 기업에서 일감을 따내려고 부실 감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