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푸드트럭

입력 2014-03-21 20:31
수정 2014-03-22 04:57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미국 최고 셰프로 뽑힌 한인 요리사 로이 최. 그는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트럭을 개조한 이동식당에서 음식장사를 시작한 ‘푸드트럭의 대부’다. 히트작은 김치와 불고기를 멕시코 음식 타코에 접목한 ‘고기 타코’였다. 덕분에 본 에프티상과 ‘푸드앤드와인’ 선정 최고 신인요리사상을 받았고 한식 레스토랑과 퓨전 레스토랑도 잇달아 차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그의 성공 스토리를 한 면 전체에 소개하며 붙인 제목은 ‘거리의 왕, 실내로 옮기다’였다. 그를 모방하려는 젊은이들이 미국 전역에서 트럭을 몰고 거리로 나서는 바람에 그는 트렌드 선도자가 됐다. 요즘 뉴욕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점심 메뉴 사이트 ‘미드타운 런치’에는 레스토랑보다 푸드트럭 관련 정보가 훨씬 많다.

푸드트럭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에서도 인기다. 위생검사도 받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합법적 이동식당이다. 차와 주방설비만 갖추면 되니까 창업이 쉽고, 유동인구 따라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으니 기동성도 좋다. ‘잇 푸드트럭’ 등 TV 프로그램도 많다. 전국을 돌며 솜씨를 겨루는 서바이벌 방식에다 고액의 상금까지 걸어 시청률도 높다.

KFC 창립자 커넬 샌더스도 한때 주유소 귀퉁이에서 닭튀김을 팔며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수한 실직자나 오갈 데 없는 청년들이 길거리 트럭에서 재기를 꿈꾼다. 퇴근길에 마주치던 전기구이 통닭 트럭의 조명이야 벌써 옛 추억이 됐다. 요즘은 메뉴도 다양하고 요리법도 깔끔해졌다. 손맛이 좋으면 단골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그게 다 불법인 줄은 몰랐다.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식품위생법 규제로 영업 자체가 불법이고, 자동차관리법상 트럭을 개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이 생중계된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푸드트럭 창업의 80%가 2030 청년이라니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소규모 자본을 결합한 창업 아이템으로 제격인데 말이다. 더구나 자동차 개조산업 활성화와 내수시장 확대, 청년일자리 창출의 1석3조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데 왜 진작 규제를 없애지 못했을까.

다행히 국토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빠른 시일 내에 관련 규정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머잖아 합법적인 푸드트럭 1호가 탄생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문제들도 있다. 세금 더 내고 임대료 더 무는 음식점 주인들과의 신경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청와대 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노점상들은 또 뭐라고 할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