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중재로 어스그린코리아 中 진출
[ 최규술 기자 ]
“해외 시장 문을 여러 번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 루트를 개척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던 차에 행운이 다가왔습니다.”
지난 3월7일 중국 지린금성녹화시설유한책임공사(대표 리진청)와 기술 이전 방식으로 중국 진출 계약을 맺은 한경수·박용순 어스그린코리아 공동대표는 다소 흥분된 어조로 입을 모았다. 어스그린코리아는 가로수와 띠녹지 보호덮개를 개발·생산하는 환경기업이다. 이 회사의 제품은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가로수에 공기와 물, 양분을 공급해 수목 생장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급수·급양관을 설치해 빗물과 공기, 영양분이 땅으로 쉽게 전달돼 토양이 썩지 않고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돕는다.
어스그린코리아는 이번 계약을 통해 지린금성으로부터 기술이전 로열티를 받는다. 최소 3년 이상 판매 수익금의 일정액도 챙기게 됐다. 지린금성은 어스그린코리아와의 협력을 위해 회사 이름(전 지린시관통자동차부품유한공사에서)까지 바꿨다. 자동차부품 사업에서 환경개선 사업으로 업종을 확장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 이 대표는 “중국의 환경 문제가 심각해서 정부가 환경개선 사업을 하는 기업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며 “환경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어스그린코리아 제품을 보고 협력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지린금성은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을 생산할 대규모 공장 2동을 최근 완공했다.
지린시도 이번 계약 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협약식에 참석한 자룬리 지린시 과학기술국장은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400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두만강 주변 저개발 지역인 창춘·지린·투먼을 집중 개발하는 ‘창지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 기술력을 갖춘 한국 중소기업의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큰 지린시는 지린금성을 통해 어스그린코리아의 제품을 대량 보급, 토양의 중금속을 중화하고 도시 공기를 정화할 계획이다.
이들 두 기업의 성공적인 계약을 끌어낸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다. KISTI는 중소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 회원사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부터 ‘한·중 기술이전대회’를 열어 양국 기업인의 협력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는 양국 기업 소개와 협상, 관심 기업 방문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어스그린코리아는 2012년 5월 열린 한·중 기술이전대회에 참가해 6개 중국 기업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다. 이 중 사업 역량이 높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지린금성을 선택, 결실을 맺게 됐다. 이 밖에도 한·중 기술이전대회를 통해 협력을 추진 중인 사례는 많다. 2011년 옌볜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는 14건, 2012년 지린시 행사에서는 26건, 2013년 창춘시 대회에서는 11건(협력 상담 36건)의 기술이전 및 협력의향서가 교환됐다. 이 중 구체적 계약 금액이 제시되고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된 것은 어스그린코리아와 지린금성이 첫 케이스다.
한·중 기술이전대회를 만든 박영서 KISTI 원장은 “이번 계약은 KISTI가 2009년부터 추진해온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성과가 해외로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중국 정부기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성공사례를 더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 원장은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과학기술 고문과 지린시 한·중 과학기술협력 고문, 창춘시 과학기술합작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KISTI와 함께 한·중 기술이전대회를 협력하고 있는 지린시 과학기술국은 한국 탄소 소재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들과의 교류를 강화해 나가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지린시는 최근 시를 중국 최고의 탄소 소재 산업기지로 만든다는 비전을 세우고 선진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관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린시는 2013년 제3회 한·중 기술이전대회 때 전북지역 기계자동차부품, 탄소부품소재 연구기관인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