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토론] 法 유권해석 바꿨을 뿐인데…세계 최대 반도체라인 완공 앞당겨

입력 2014-03-20 21:41
수정 2014-03-21 04:04
삼성 화성사업장 증설 허용

건축 허가 안나던 15-17라인 연결통로 단숨에 해결
상수원보호구역 내 증설도 완화…23개 공단 혜택


[ 박해영 기자 ]
삼성전자는 2012년 7월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위한 17라인 공사를 시작했다.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총 15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증설 작업이었다. 17라인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삼성전자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15라인과 연결 통로를 만들려다 뜻밖의 장벽을 만났다. 두 라인을 잇는 부지가 산업단지와 택지개발지구로 나뉘어 있어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지구단위 계획을 조정해 허가를 받으려면 2년 이상 걸린다는 해당 관청의 설명에 공사 관계자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지난해 10월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30대그룹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산업단지와 택지지구 사이에 줄이 그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효율적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장관회의에서 삼성전자의 사례를 소개하고 국토이용법 유권해석을 변경해 화성사업장의 연결 통로 공사를 허가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법령 해석만 달리해도 고용창출”

지난해 9월 출범한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은 전국을 순회하며 간담회를 열고 총 1933건의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했다. 해당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 가운데 838건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추진단이 현장에서 청취한 불합리한 규제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사례처럼 법률의 유권해석을 달리하거나 하위 규정을 조금만 고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송재희 규제개선추진단 공동단장은 삼성전자의 건축허가와 관련해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활동 활성화와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하위 법령 개정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규제는 올해 말까지 해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께 기존 15라인과 신설하는 17라인을 연결하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시스템반도체 공급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일 공장으로 최대 규모인 17라인은 14나노와 20나노급 시스템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