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토론] "이런 규제 왜 있나" 따지면 해당부처가 3개월내 소명

입력 2014-03-20 21:39
수정 2014-03-21 09:50
정부 '현장규제' 개선 올인

경제규제 2016년까지 20% 감축
규제비용총량제·일몰제 등 도입


[ 주용석 / 김주완 기자 ]
영국 정부는 규제 혁파를 위해 ‘레드 테이프 챌린지(Red Tape Challenge)’란 온라인 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해당 부처가 3개월 내에 규제 존속 사유를 대든지, 아니면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하는 제도다.

○규제 정당성, 3개월 내에 소명해야

지금은 일반 국민이 ‘이런 규제는 문제’라고 아무리 민원을 제기해도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을 때가 많다. 국민이 아무리 답답해해도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규제는 풀리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바뀌게 된다. 국민이 제기한 합리적 민원을 해당 부처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3개월 내에 ‘이 규제는 이래서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야 한다. 소명을 못하거나 소명이 충분치 않으면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해당 규제를 심사해 부처에 ‘규제를 고치라’고 권고하게 된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6일 열린 사전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규제개혁 방안의 핵심 중 하나로 이 대책을 꼽았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민관합동추진단과 온라인 규제정보포털(better.go.kr)을 통해 국민이 불편해하는 현장 규제를 뽑아낼 계획이다.

○규제 신설 땐 동일비용 규제 철폐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도 힘들어진다. 내년부터 규제비용총량제(cost-in, cost-out)가 실시돼 규제를 신설할 때는 늘어나는 규제비용 상당의 기존 규제를 철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에서 이 제도를 시범운영한 뒤 내년 1월부터 전 부처로 확대할 계획이다.

예컨대 비용이 20억원 정도로 계산되는 규제를 신설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규제비용총량제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건수 위주로 규제를 관리하던 ‘규제건수총량제’의 허점을 보완한 것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규제총괄과장은 “과거 규제총량제는 규제 내용과 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건수 기준으로 운영되다보니 실효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숨은 규제도 발본색원

정부는 신설 규제 외에 기존 규제에 대해서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중앙부처의 경제 규제 1만1000여건 가운데 올해 10%를 우선 없애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최소 20%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면 현재 1만5000건이 넘는 중앙부처 규제가 임기 말에는 1만3000건 안팎까지 줄어든다.

‘숨은 규제’로 불리는 미등록 규제도 본격적으로 관리한다. 국민 입장에선 규제가 분명한데 정작 정부 내에선 규제로 분류되지 않는 행정규칙이 상당수에 달한다. 실제 중앙부처의 행정규칙은 총 1만4000건이 넘지만 이 중 규제로 등록된 것은 891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미등록 규제를 등록 규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렇게 새로 파악된 규제는 원칙적으로 효력을 없애거나 유효기간이 있는 일몰제로 운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박 대통령 임기 내 최소 20%를 폐지하기로 했다.

주용석/김주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