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로펌 입문 자소서 대필 판친다

입력 2014-03-19 20:43
수정 2014-03-20 03:49
전문 컨설팅으로 포장
착수금만 최소 100만원
"법조인들이 불법행위" 비판


[ 배석준 기자 ] 서울 소재 명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A씨는 최근 10대 대형 로펌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컨설팅 강사를 찾았다. A씨는 컨설팅 강사에게 80만원을 주었고 로펌에 취업하면 추가로 성공보수금 조로 80만원을 더 주기로 했다. A씨는 컨설팅 강사와 8시간가량 자신의 대학 활동과 로스쿨에서 배운 법과 노동·금융 등 전문학회 활동을 상세히 설명했다. 자기소개서 컨설팅 강사는 A씨를 대리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최근 대형 로펌들이 내년에 졸업하는 제4기 로스쿨 출신을 뽑거나 선발 과정을 진행하면서 ‘대리 자기소개서’가 판치고 있다. 로펌뿐만 아니라 로스쿨에 입학하는 과정에서도 대리 자소서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대형 로펌은 과거에는 신입 변호사를 뽑을 때 사법시험 성적과 사법연수원 성적을 종합적으로 봤다. 하지만 로스쿨 출신들이 졸업하면서 성적으로 뽑을 수 없게 됐다. 로스쿨 졸업생이 응시하는 변호사자격시험은 합·불합격만 가르는 시험으로 성적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은 이력서, 자기소개서, 로스쿨 1~2학년 성적과 면접 등으로 선발한다. 10대 로펌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한 파트너 변호사는 “솔직히 객관적 기준이 없는 실정”이라며 “대리 자기소개서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공계열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B씨도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전문 컨설팅 강사 C씨를 구했다. 학점 3점대 후반, 텝스 900점 이상, 리트(법학적성시험) 성적 상위 1% 등 우수한 조건을 갖췄지만 이공계열 출신으로 자기소개서가 불안했다. 결국 대리 자기소개서를 썼다. B씨는 서울 소재 명문 로스쿨에 입학했다.

C씨는 “강남에서 고등학생을 상대로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하는데 대학을 졸업할 때 다시 연락이 온다”며 “작년에만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 준비를 하는 학생 10여명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썼다”고 말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판사 검사 등 고위직 공무원에 종사할 법조인이 대리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리 자기소개서는 명백한 부정행위다. 10대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로스쿨생을 뽑는 객관적 기준이 없어 온갖 부탁 전화가 온다”며 “대리 자기소개서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