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업계 '롱숏 전쟁'…트러스톤 '독주'에서 춘추전국으로

입력 2014-03-18 11:33
[ 김다운 기자 ] 자산운용사들의 '롱숏펀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기존 롱숏펀드 시장에서 독주하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춤한 사이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롱숏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공모 롱숏펀드 순자산은 2조3700억원 규모로 올해 들어서만 6600억원 이상이 유입됐다.

국내 주식시장이 4년 넘게 횡보장세를 이어가면서 롱숏펀드가 투자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롱숏펀드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서는 매수(롱)를 하고,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은 차입 후 매도(숏)를 하는 펀드를 말한다. 시장 변동성에 상관 없이 보통 금리 플러스 알파의 안정적인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롱숏펀드의 전성기를 연 것은 트러스톤운용이다. 트러스톤운용은 지난해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30' 등의 롱숏펀드로 9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단숨에 '롱숏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롱숏펀드 특성상 펀드 덩치가 너무 커지면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와 펀드를 운용하던 김주형 본부장이 미래에셋운용으로 이동한 여파로 주춤한 상태다. 지난 2월 이후 다이나믹코리아50 펀드에서는 9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이탈했다.

그 틈을 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곳이 마이다스에셋운용이다. '마이다스거북이90' 펀드는 지난해 10월 설정된 신규 펀드임에도 벌써 순자산 5000억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서도 3200억원의 돈을 끌어모았다.

마이다스운용은 주식 롱숏 기법을 사용하는 모펀드인 '마이다스거북이주식모' 펀드를 편입하는 비중에 따라 거북이90, 거북이70, 거북이50 등을 운용하고 있다.

홍유찬 마이다스에셋운용 리테일마케팅팀장은 "롱숏펀드의 편입 비중이 90%로 높은 거북이90 펀드가 가장 인기가 좋다"며 "그만큼 시장에서 롱숏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운용은 트러스톤운용에서 김주형 본부장을 영입하면서 공격적으로 롱숏펀드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김 본부장이 런칭한 '미래에셋스마트롱숏' 펀드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출시 4영업일만에 총 1085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미래에셋운용은 펀드 설정 이전 사전 모집이 시작된 10일 이후 매 영업일마다 2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모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의 KB코리아롱숏펀드도 출시 3개월만에 100억원을 모집하며 안정적 궤도에 올라섰다. 주력판매 채널인 은행의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감안할 때 판매 47일만에 100억원 달성은 가파른 속도라는 게 회사 측 평가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특별한 마케팅이 없었는데 영업지점에서 미리 알고 투자자에게 권하고 있다"며 "판매사들의 자료 요청도 활발하고 초기성과가 양호하게 나와 자금 유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지펀드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신자산운용의 공모 롱숏펀드인 '대신멀티롱숏' 펀드도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빠르게 자금을 모으며 순자산 100억원을 돌파했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롱숏펀드가 기관 중심에서 개인 투자자로까지 고객을 넓혀가고 있다"며 "여태까지는 '얼리어답터' 식의 일부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했는데 차츰 투자층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