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렌즈 세계1위 에실로, 대명광학 인수 시도 무산

입력 2014-03-17 21:18
공정위 "가격 오른다" 불허


[ 김주완 기자 ] 세계 1위 안경렌즈 제조업체 에실로의 국내 2위 업체 대명광학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 막혀 불발됐다.

공정위는 에실로의 대명광학 주식 취득 건이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기업결합 신청을 불허한다고 17일 발표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세계 안경렌즈 시장 점유율 47%를 차지하고 있는 에실로는 지난해 1월 대명광학 주식 50%를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3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경우 공정위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이후 해당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되는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면 자율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더욱 엄격하게 심사한다.

에실로가 대명광학을 인수할 경우 에실로의 국내 렌즈 시장 점유율은 자회사 케미그라스(22.7%)와 에실로코리아(14.5%)에 대명광학(22.0%)까지 더해 59.2%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 국내 안경 시장 규모는 도매 기준 1500억원, 소매 기준 6000억~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으로 향후 가격 인상과 담합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송상민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시장 가격 하향 안정화에 기여해온 대명광학이 에실로에 넘어갈 경우 렌즈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또 국내 렌즈 시장은 경쟁 업체의 가격 변화에 민감해 업체 수가 줄어들수록 담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공정위의 관측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대명광학은 장기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며 우려했다. 장광식 대명광학 경영관리실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에실로와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소비자 보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위의 결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에실로의 대명광학 지분 절반 인수 가격은 900억원대로 알려졌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