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드스타인 하버드대 석좌교수 "日 아베노믹스 지속 불투명"

입력 2014-03-17 21:18
올해 세계경제 향방 진단
경기급락 가능성에 재정적자 급증 변수
中, 7%대 성장 만족하고 내수 활성화해야


[ 마지혜 기자 ] “아베노믹스(엔저를 앞세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효과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7%대 성장률에 만족하면서 국내 소비와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해야 할 것입니다.”

마틴 펠드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사진)는 1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4년 세계 경제의 향방은’ 조찬강연회에서 일본과 중국 경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재정·거시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그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이 지금까진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다음달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현행 5%에서 8%로 인상하면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재정적자 급증도 변수다. 일본 국가부채는 지난해 1000조엔을 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0% 수준에 달했다. 지난 1월 경상수지 적자도 사상 최대(1조5890억엔)를 기록해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모두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에 대해선 “1980년대부터 30여년 동안 지속된 10%대 성장은 이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7%대 성장률에 만족하면서 국내 소비를 활성화하고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는 데 따른 일시적 불안정이라는 평가다.

그는 다만 “미 국채 최대 매입국이던 중국이 무역적자 확대로 국채 매입을 줄이면 미 장기 국채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는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미국 GDP 증가율이 3%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와 주택가격이 오르며 2012년 말~2013년 말 가계자산이 10조달러가량 늘어나 소비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지출 삭감 등 재정적 걸림돌이 없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귀환(리쇼어링)을 촉진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 기업의 생산 비용이 줄어 리쇼어링의 유인이 생긴 건 사실이지만 해외 생산시설들이 대거 돌아올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생산시설 위치를 결정하는 한 요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급물살을 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 정부가 올해 안에 TPP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어 하지만 의회 협조를 얻기는 어려워 보여서다. 미 의회 일각에서는 대외무역 적자를 우려해 TPP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무역흑자와 낮은 물가상승률, 안정적인 정부 재정으로 ‘좋은 상태(good shape)’에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