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수 기자 ] "에소메졸은 특허 무효전략이 아닌 회피전략을 썼기 때문에 미국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17일 수원 차세대융합기술원 열린 '제1차 지바이오(G-Bio)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한미약품 해외진출 전략'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다국적사의 수요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약품은 신약을 엄선해서 개발하되,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중심의 글로벌 개발을 원칙으로 한다"며 "기존 국내용으로 개발하고 이후 해외 진출하는 전략은 시간이 중요한 신약 시장에서 실패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반응을 본 이후 해외로 진출하기에는 경쟁사들의 시간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연구개발비, 현지 진출비용 등을 감안하면 초기부터 해외 협력사와 같이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현재 다국적사들은 보유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고 있지만 새로운 신약이 없다"며 "때문에 신흥국 등에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제약사들이 다국적사들의 이같은 수요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에소메졸의 미국 진출 성공 요인으로는 특허회피 전략을 꼽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인 '넥시움'의 개량신약 에소메졸은 2007년부터 미국 허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에소메졸은 넥시움의 부가적인 성분(염)을 바꾸는 특허회피 전략을 취했다. 당시 다른 회사들은 특허무효 전략으로 갔는데 아직까지 시장에 나온 제품이 없다.
한미약품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소송에서 지난해 5월 승소하고, 같은해 12월17일 에소메졸의 미국 시판을 시작했다. 현지 협력사는 암닐이다. 넥시움의 특허는 오는 5월 만료된다.
이 대표는 "넥시움 특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12개인데, 에소메졸은 2개 정도만이 논란이 됐다"며 "직접적인 특허 충돌을 회피했기 때문에 특허소송에서 편한 위치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에소메졸이 넥시움 특허만료 전 시장에 가장 먼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특허 비침해 전략 덕분"이라며 "무효보다는 회피가 제3자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개량신약 등 새로운 특허에 대한 도전은 어렵지만, 상대방 특허에 대해 명확하게 알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