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금융투자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가 17일 개장했다.
이날 오전 11시께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증권사에 오후 12시가 넘자 '넥타이 부대'가 하나둘 등장했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고객이 찾아올 것"이란 증권사의 예측이 들어맞았다. 소장펀드가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틈을 내 찾을 것이란 예측이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을 찾았다는 박성윤 씨(34)는 "출시 전부터 관심을 갖고 기다려왔다"며 "'이건 꼭 가입해야지'란 생각을 갖고 여러 증권사들 상품을 미리 비교해봤다"고 말했다. 실제 여러 증권사 관계자들 역시 "출시 전부터 문의 전화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첫날 대박'이라고 할 만큼의 열기는 아니었다.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있었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이보람 씨(30)는 미래에셋증권 신촌지점을 찾았다가 소장펀드에 대한 마음을 돌렸다.
"소장펀드의 장단점은 확실하다고 봐요. 좋은 건 소득공제가 된다는 점이지만 유지해야 하는 기간이 5년 이상이기 때문에 기간이 부담이 돼요. 중간에 목돈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다시 한번 고려해보려고요."
소장펀드 가입 기간은 최소 5년에서 최장 10년까지다. 연간 납입한도는 600만 원. 이 한도를 모두 채울 경우 연간 240만원을 소득공제 받아 연말정산 때 39만6000원을 환급받는다.
◆ 증권사 "5000만 원이 걸림돌"
증권사의 각 지점들 역시 "아직은 뜨뜻미지근하다"는 반응이다. 대신증권 여의도본점의 홍석훈 차장은 "평상시와 비슷한 분위기"라며 "재형펀드가 나온 첫날에도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장펀드에 관심을 가질만한 소비자층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소장펀드는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초년생이나 미혼 남녀 등으로 가입자가 압축된다는 것.
판매를 맡은 은행도 분주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한은행 여의도지점의 한 관계자는 "아주 한산한 분위기"라며 "여의도에는 고소득자가 많아 이곳에서 소장펀드를 문의하는 고객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홍보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권에선 소장펀드 판매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며 5000만 원이란 한도를 더 높여야 가입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사, 은행들이 전사적으로 소장펀드 판매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판매처와 상품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은 이날 모든 증권사의 소장펀드 판매액 등을 집계해 '첫날 반응'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