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상 기자 ]
8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해 결혼한 한윤희 씨(31)에겐 허니문의 추억이 씁쓸하기만 하다. 신혼 여행지는 요즘 인기가 높은 몰디브로 정했다. 그러나 가보니 마냥 좋을 줄만 알았던 바다가 셋째 날이 지나자 슬슬 지루해졌다. 한씨는 “바다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신랑은 내내 잠자고 술만 마셨는데 관광지로 갔다면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허니문 여행지는 유행만 따르기보다 각자의 성향과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니문 여행지는 크게 관광형, 휴양형, 두 가지를 섞은 복합형으로 나눌 수 있다. 2013년 하나투어 자료에 따르면 신혼여행상품 중 휴양형 이용자는 전체의 32%, 관광형은 14%, 복합형은 54%였다. 복합형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여행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커플 유형별 신혼여행지를 알아본다.
지친 커플을 위해 --- 세부
바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꿈에 그리던 신혼여행조차 소화하기 벅찬 과제다. 결혼 준비 기간이 짧아 피로가 누적된 이들도 마찬가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는 것’이 소원이었다면 허니문도 가급적 일정을 최소화한 휴양형으로 떠나는 것이 좋다. 비행시간도 짧은 곳이 낫다.
필리핀 세부는 인천에서 비행기로 4시간30분 정도로 걸려 가까운 편에 속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남국의 야자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연평균 기온이 25도 정도여서 언제든 여행하기 좋다. 또한 영어가 널리 통용돼 소통의 불편함이 상대적으로 적고, 시차가 1시간 정도여서 복귀 후 후유증이 거의 없다. 상품가는 1인 평균 100만~200만원 선으로 다른 지역 대비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최고의 숙소에서 낭만과 휴식 -- 발리&푸껫
휴식을 원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풀빌라를 원한다면 푸껫과 발리가 좋다. 숙소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발리를, 관광을 원한다면 푸껫을 먼저 권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푸껫은 인천에서 비행시간이 6시간30분 정도이며, 각종 쇼와 화려한 밤문화를 갖췄다. 피피섬, 카이섬 등에서 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장거리 여행지보다 적은 비용으로도 최고의 시설과 음식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장점.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빠통비치에는 레스토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각양각색의 매력이 살아 있고, 200여개의 상점이 들어선 시내의 유명한 쇼핑몰 정실론은 원스톱 쇼핑의 최적지로 꼽힌다.
장동건, 고소영 부부와 같은 스타들이 신혼여행지로 선택했던 발리는 푸껫과 또 다른 매력이 넘실대는 곳이다. 풀빌라를 갖춘 유명 리조트와 체인호텔 등이 집결해 있다. 특유의 정성 어린 서비스와 다양한 해양 스포츠가 더해지면서 여전히 신혼 여행지 1순위로 자리하고 있다. 푸껫보다 좀 더 정적인 여행지로 평가받지만 관광이 필요한 경우 스미냑거리나 꾸따거리를 찾으면 활동적인 여행도 가능하다.
이미 동남아를 섭렵했다면 -- 몰디브
결혼 전에 동남아 여행지를 많이 가봤던 커플이라면 인도양의 휴양지 몰디브도 후보지에 넣어둘 만하다. 빼어난 자연환경, 섬마다 하나씩만 있어 번잡하지 않은 리조트가 장점이다. 독립된 공간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동남아의 바다와는 사뭇 다른 물빛과 리조트 바로 앞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산호와 열대어의 조화도 환상적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과 9~11시간의 긴 비행시간은 걸림돌이다. 또한 스노클링이나 해양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커플이라면 지루해질 수도 있다. 5~10월이 우기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연애기간이 길지 않은 커플이라면 몰디브, 발리, 코사무이, 푸껫 등의 풀빌라 상품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지만 연애기간이 오래된 커플이라면 하와이, 칸쿤, 유럽, 호주 등 관광과 휴양을 겸할 수 있는 곳이 다양한 추억을 쌓기에 더 낫다”고 조언했다.
활동적 커플은 -- 호주&유럽
‘많은 돈을 들여 해외까지 와서 잠만 자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활동적인 커플이라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나는 관광형 여행이 제격이다. 호주 시드니는 신혼 여행지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하얀색 지붕의 ‘오페라 하우스’와 옷걸이를 본떠 만들었다는 ‘하버브리지’가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룬 광경은 언제나 가슴 뛰는 감흥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시드니와 뉴칼레도니아를 함께 다녀오는 상품도 많이 찾는다. ‘천국의 가장 가까운 섬’이라는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에서 휴식을 취하고 배로 45분 떨어진 등대섬 아메데를 다녀오는 일일투어가 일반적이다. 현재 한국에서 뉴칼레도니아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 호주와 연계해 다녀오는 것이 효율적이다.
유럽은 평소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신혼 여행객에게 특히 사랑받는 여행지다.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은 물론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크로아티아, 체코 프라하 등도 수요가 폭증하는 여행지다. 남창임 인터파크 투어 홍보팀 차장은 ”다만 유럽에선 숙소보다 관광지 위주로 여행지를 결정하고, 특급보다는 준특급의 숙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파리를 기본으로 스위스, 프라하, 이탈리아를 함께 다녀오는 상품이 가장 인기이며, 최근 크로아티아 허니문 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광형 여행지의 경우 배우자의 컨디션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한 서로 주장이 강한 커플이라면 자유여행의 경우 의견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므로 관광형 여행지를 피하거나, 자유여행보다 패키지로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들과 다른 곳을 원한다면 -- 칸쿤&모리셔스
누구나 가봤던 곳도 싫고, 한국인이 많은 곳도 싫다면? 멕시코의 칸쿤은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핫 플레이스’다. 카리브해를 마주한 칸쿤은 숫자 7 모양의 산호섬 위에 고급 리조트가 조화를 이룬 멕시코 최고의 휴양지다. 배우 한가인 연정훈 커플의 신혼여행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치첸이사, 툴룸 등의 마야 유적지도 가까워 더욱 인기다. 칸쿤의 호텔은 대체로 모든 식사, 음료와 술, 24시간 룸서비스, 미니바, 액티비티 등을 모두 포함한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형태로 운영돼 추가 비용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것도 많다. 호텔에 따라 300만원이 넘는 여행경비는 차치하더라도 직항편이 없어 경유편을 포함해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야 한다. 시간이 많다면 뉴욕, 로스앤젤레스도 관광할 수 있지만 1주일 정도의 신혼 휴가로는 칸쿤만으로도 벅차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13~17시간 정도 걸리는 모리셔스에도 요즘 신혼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아프리카 남단 마다가스카르 섬 동쪽에 있는 모리셔스는 뛰어난 자연풍광에 반한 마크 트웨인이 천국 이전의 땅으로 극찬한 곳. 아열대 해양성 기후여서 9~11월이 여행 최적기로 분류되지만 6~11월의 겨울에도 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온화하다. 사자, 치타, 얼룩말 등을 직접 보는 사파리 투어도 가능하다. 호텔 비용이 싸 200만원대 초반으로도 다녀올 수 있고, 즐길거리도 많지만 몰디브에 비해 수상 방갈로가 적은 것은 단점이다.
누구나 만족할 만한 여행지 -- 하와이
오래도록 최고의 신혼 여행지로 꼽혀온 하와이의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대한항공 기장과 승무원이 압도적 비율로 선택한 최고의 신혼 여행지와 가족 여행지도 하와이였다. 이 때문에 다음달 모두투어를 통해 하와이로 떠나는 신혼 여행객은 전년동기 대비 48%, 5월엔 76% 증가했다. 성장률로는 칸쿤에 이어 2위지만 예약 인원은 칸쿤의 10배에 이를 만큼 뜨거운 곳이다.
하와이의 최대 장점은 휴양과 관광, 쇼핑의 3박자가 어우러졌다는 것. 세율은 미국의 다른 주보다 낮고 쇼핑센터나 아울렛의 각 브랜드 상품이 국내보다 훨씬 싸다. 부모 형제, 친척, 지인들의 선물을 사야 하는 신혼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항공편도 대한항공, 아시아나, 하와이안항공 등이 경쟁하며 이전보다 상당히 싸졌다. 다만 워낙 알려진 여행지여서 특별한 곳을 찾는 커플에겐 덜 매력적이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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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모두투어 상품마케팅기획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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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경 온라인투어 마케팅팀 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