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새 안전기준 우선심사 대상에 센다이 원전 결정
美, 민간 원전 83억弗 보증…英, 50기 건설 추진
日, LNG 수입 급증에 1월 경상적자 사상최대
전기료 올라 내수 '흔들'
[ 도쿄=안재석 기자 ]
#1.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13일 가고시마현에 있는 규슈전력의 센다이 원전을 새로운 안전기준에 맞는지 따져보는 우선 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대폭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할 경우 재가동을 승인하겠다는 취지다. 다나카 순이치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센다이 원전이 처음이지만 다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 지난달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조지아주에서 진행 중인 보그틀 원전 건설에 83억달러 규모의 정부 지급보증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민간 원전 건설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2010년 이후 4년 만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들도 잇따라 원전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동일본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일본조차 거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원전 재가동 방침에 시동을 걸었다.
○‘탈(脫)원전’과 결별하는 일본
일본 여론은 여전히 ‘반(反)원전’ 쪽이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원전 재가동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4.9%로 ‘찬성한다(39.0%)’는 목소리를 훌쩍 넘어섰다. 표심에 민감한 정치인이라면 ‘원전 재가동’ 쪽에 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베 정권은 원전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무역수지에 큰 멍이 들었다. 지난 1월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2조7900억엔에 달했다. 통계가 나온 1979년 이후 최대치다.
가장 큰 원인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수입액의 증가다. 원전의 빈자리를 화력발전이 메운 탓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까지 전체 전력공급량의 26%가량을 원전으로 충당해 왔다. 하지만 사고 이후 일본 내 50기의 원전은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일본 경제의 버팀목이던 경상수지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1월 경상수지 적자는 1조5890억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더불어 이른바 ‘쌍둥이 적자’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발전원가 상승에 시달리던 일본 전력회사들이 잇따라 전기료를 올리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과 전기요금 상승까지 겹치면 내수시장 전반이 휘청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 수출을 위해서도 일본 내 원전 재가동은 필수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취임 이후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잇따라 순방하면서 원전 수출에 앞장서고 있다. 자국 내에서는 원전을 안 돌리면서 다른 나라에 사라고 꼬드길 수 없는 일이다.
○각국에 다시 부는 원전 바람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도 최근 탈원전 계획을 접고 기존에 세웠던 원전 정책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원전 이외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담보할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자력으로 전기 1㎾를 만들어 내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1엔으로 봤을 때 석탄은 4엔, 액화천연가스(LNG)는 13엔, 석유는 18엔에 달한다.
영국은 작년 10월 2기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이 원전을 새로 짓는 것은 1995년 이후 약 20년 만이다. 영국은 2025년까지 원전 점유율을 현재의 20%에서 30%로 확대하고, 2050년까지는 전체 전력의 80% 이상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최대 50개의 원자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에 적극적이다. 러시아 정부는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을 2013년 말 16%에서 2030년까지 2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심사 및 승인을 잠정 중단했지만, 2012년 10월 동남부 연해지방에 건설 중이던 26기의 원전 건설 재개를 승인한 것을 시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주요국 중에서는 그나마 독일이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내 원전 17기를 2022년까지 모두 폐기한다는 방침을 고수 중이다. 하지만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 재계 단체인 ‘독일 핵포럼’의 대변인인 니콜라스 벤들러는 “강제적인 원전 폐쇄는 위헌”이라며 “원전 폐기는 안전과는 무관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