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불법유통 3대 궁금증

입력 2014-03-16 20:36
수정 2014-03-17 03:47
(1) 진짜 중복 정보인가
전문가 "유출시점 달라 또 다른 고객정보일 것"

(2) 수사·금융당국은 정말 몰랐나
피의자 말만 믿고 부실수사 가능성

(3) 무차별 추가 유통 차단될까
"檢, 모두 압수 못해…이미 해외 팔렸다"


[ 김일규 기자 ]
KB국민·NH농협·롯데 등 카드 3사에서 유출된 고객 개인정보 가운데 8270만건이 불법 유통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지난 14일 밝힌 수사 결과가 지난 1월 중간수사 결과 때 밝혔던 내용과 다른 점이 많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2차 유출 정보는 정말 같은 것일까

검찰은 대출중개 업체 등에 넘어간 개인정보 8270만건과 당초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개인정보 1억400만건이 같은 정보라고 밝혔다. 때문에 새로운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카드 3사도 검찰의 수사 발표 내용을 근거로 8270만건이 1억400만건에 모두 포함되는 정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번에 걸쳐 털린 개인정보가 다른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유출 시기가 다른 점이 석연찮다. 국민카드와 농협카드는 당초 알려진 정보 유출 시점보다 각각 4~5개월씩 앞서 이미 정보가 털렸다는 점이 이번 수사 결과 밝혀졌다. 4~5개월 사이 고객정보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애초 알려진 유출시점(2013년12월)보다 약 3년이나 앞서(2011년1월) 정보가 털렸다.

검찰 역시 “(8270만건이 1억400만건의) 업데이트 이전 자료”라고 밝혔다. 업데이트 과정에서 정보의 내용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문송천 KAIST 경영대 교수는 “새로운 고객이 카드를 발급받았거나, 기존 고객이 개인정보를 수정했다면 1차에서 털린 정보와 2차에 유출된 정보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는 “두 번의 유출로 새나간 정보가 모두 일치하는 정보인지는 전수 조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사법·금융당국, 2차 유출 진짜 몰랐나

사법당국과 금융당국 수장들은 그동안 “개인정보 추가 유출·유통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전부터 업계에서는 2차 유통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KCB 직원 박모씨로부터 처음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광고대행업자 조모씨는 사실상 대출중개업을 하는 여러 광고대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지난달 18일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조씨는 누나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우고 박씨로부터 받은 개인정보를 대출중개에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보 유출이 3년여에 걸쳐 일어났다는 점도 2차 유통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난 1월 박씨와 조씨 등에게서 유출 정보를 모두 압수했다는 점을 근거로 추가 유통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들이 검찰에 덜미를 잡혀 유출 정보를 압수당하기 전 누군가에게 정보를 넘겼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정황에도 사법·금융당국은 2차 유통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만 반복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정황상 2차 유통 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사법·금융당국만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직 박씨와 조씨 등의 진술에만 의존한 부실 수사”라고 지적했다.

(3)불법 추가 유통가능성 얼마나 될까

8270만건의 2차 유통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구속된 대출중개업자 이모씨 등 4명이 조씨로부터 정보를 처음 넘겨받은 시점이 2012년 8월이어서다. 올 들어 이들이 검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1년6개월이나 정보를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들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주고 정보를 샀기 때문에 이를 되팔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사실상 3차, 4차 유통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검찰의 발표 내용에도 이들에게서 유출 정보를 모두 압수했다는 내용은 없다. 회수하지 못한 정보가 있다는 의미다. 한 해커는 “카드 3사에서 유출된 명단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브로커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해외로도 팔려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