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4년 3월 14일은 젊은 연인 사이에선 한 달 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으로부터 초콜릿을 선물 받은 남성이 답으로 달콤한 사탕을 여성에게 선물한다는 이른바 ‘화이트데이’입니다.
그런데 어제 공개된 한 설문조사에서 보니 여대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받고 싶지 않은 선물 1위로 ‘커다란 사탕바구니‘를 꼽았습니다만.
이처럼 달콤한 느낌을 빠진 이들에게 다음 이미지를 보여 드리면 입속에 든 사탕 맛이 확 달아날까요? [이미지 제공= 한서대 수학과 이광연 교수]
연인 사이엔 이처럼 달콤한 화이트데이인 오늘 3월 14일 숫자를 사랑하는 수학자들에겐 다른 날로 불립니다. 위 그림에서 처럼 소수점 이하 숫자가 1000개가 나열돼도 그것이 끝이 아닌 “3.1415926...”의 원주율 (파이=π) 값을 상징하는 ‘파이 데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π는 무엇일까? 한서대 수학과 이광연 교수는 이에 대해, 그리스 최고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2300년 전 남긴 말을 인용하며 “π는 원이나 구에서 찾을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값”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원과 구, 이것들만큼 신성한 것에 어울리는 형태는 없다. 그러기에 신은 태양이나 달, 그 밖의 별들, 그리고 우주 전체를 구 모양으로 만들었고, 태양과 달 그리고 모든 별들이 원을 그리면서 지구둘레를 돌도록 하였던 것이다.”
이 교수는 “우주가 지구 중심으로 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미 천동설이 옳지 않고 별들이 원을 그리면서 도는 것도 아니지만, 원과 구의 완벽함에 대한 찬사는 틀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은 ‘한 평면 위의 한 정점 (원의 중심)에서 일정한 거리 (반지름)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어서 입니다. 때문에 원은 반지름의 길이에 따라 크기만 달라질 뿐 모양은 다 똑같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이 교수는 “원의 둘레의 길이는 반지름의 길이에 따라 정해진다. 특히 원의 둘레의 길이와 지름은 원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비를 이루는데 이 값을 원주율이라고 하고 기호 π로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파이를 나타내는 기호 π는 ‘둘레’를 뜻하는 그리스어 ‘περιμετροζ’의 머리글자로 18세기 스위스 저명한 수학자 오일러가 처음 사용했다고 하네요.
한편 수학이 발전한 미국의 경우 과학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2009년 미국 의회에서 이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π-Club’이라는 모임은 3월 14일 오후 1시 59분 26초에 모여 π모양의 파이를 먹으며 이 날을 축하한다고 합니다.
행사에선 π값 외우기, π에 나타나는 숫자에서 생일 찾아내기 같은 게임과 원과 관련된 놀이기구의 길이, 넓이, 부피 구하기 등의 퀴즈 대회도 연다고 하고요. 우리나라 수학의 대표 연구기관으로 불리는 고등과학원은 오늘 3월 14일 15시 9분 부터 ‘2014 한국 수학의 해’ 주제의 대중 강연회[아래 포스터]를 개최합니다.
위의 숫자표와 관련한 이광연 교수가 들려준 여담 하나. 2005년 10월 20일 일본 도쿄대 가네다 야수마사 (金田 康正)교수는 컴퓨터를 601시간 56분 돌려 소수점 1,241,100,000,000 (1조2411만) 자리의 π값을 구했습니다.
이를 A4 용지에 옮겨 적을 경우 369,155,265 (3억6915만5265)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보다시피 A4 용지엔 한 줄에 82개의 숫자를 쓸 수 있고 41줄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한 장에 3362개의 숫자가 들어갑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