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3년 연속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잡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 사장은 오너 일가로는 드물게 주총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배당이 불만족스럽다'는 주주 발언에 "지속적인 장기 성장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통과 등을 포함해 20여분 만에 속전속결로 주총을 끝냈다.
◆ 유가증권 95개 기업 일제히 '슈퍼 주총데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국내 95개 기업들은 14일 오전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등기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증액 등 안건을 처리했다. 한날 한시에 열리는 만큼 두 곳 이상의 상장 기업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사실상 한 곳에서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주총에선 삼성가 3세 중 유일하게 현장을 찾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눈에 띄었다. 이 사장은 2012년 처음으로 주총 의장 역할을 수행한 뒤 3년 연속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모비스 부회장 등은 사내이사 신규·재선임 안건이 올라왔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주총에서 "지금까지 착실히 준비해 온 시스템과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를 '성과를 가시화하는 성장과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이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포함해 재무제표, 이사 보수 한도, 감사 보수 한도 등 4가지 안건을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이사 보수 한도를 380억 원에서 480억 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대부분 기업들이 보수 한도를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보통주 1주당 1만3800원, 우선주 1주당 1만3850원의 기말 배당도 결정했다.
권 부회장은 '배당정책이 불만족스럽다'는 한 개인주주의 발언에 대해 "정보기술(IT)는 급변하는 사업으로 부러워하던 많은 회사들이 급격히 쇠퇴했다"며 "산업 특성 상 적절한 시기에 연구개발(R&D)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이외 회사 인수합병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고려해 배당을 결정한다"며 "경영진 목표는 단기적 배당이 아닌 지속적으로 장기 성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LG전자, 구본준 부회장 재선임 등 20분 만에 속전속결
LG전자는 오전 8시 반에 주총을 시작해 20분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지었다. 최근 주가가 6만 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여 이와 관련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3가지 안건만을 처리하고 종료했다. 올해 매출 목표를 62조3000억 원으로 잡고 이를 위해 3조 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 부회장은 유인물을 통한 인사말에서 "올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금융불안 등 위기요인이 있다"면서도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기회요인도 상존할 것으로 보여 지속적인 시장선도 제품의 출시를 통해 성장과 수익 동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 회장 역시 영업보고서를 통한 인사말에서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강력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탄탄한 내실과 기반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현대제철 사내이사는 사임했다.
현대모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정명철 사장은 신규 선임됐다. 정준양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포스코 새 사령탑에 오른 권오준 회장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밖에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은 2008년 퇴사 후 6년 만에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 복귀를 알렸다. 신세계는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맥주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동양증권도 액면 미달 신주 발행 안건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았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