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펀드슈퍼마켓'이란 명칭을 놓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이에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가 온라인 펀드몰에 '펀드슈퍼마켓'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자 원조격인 펀드온라인코리아 측에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국내 자산운용사 47곳이 218억 원을 공동 출자해 만든 곳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 측은 지난 11일 펀드슈퍼마켓 개장을 오는 4월로 연기하는 기자브리핑을 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편하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최근 증권사가 '펀드슈퍼마켓'을 연상시키는 명칭을 사용해 원조 '펀드슈퍼마켓'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양중식 펀드온라인코리아 이사는 "소비자들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며 "특허청 쪽에 문의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증권은 지난 1월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able펀드마켓'이라고 이름 지었다. 특허청에는 '펀드슈퍼마켓 able'이라고 상표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반면 펀드온라인코리아의 '펀드슈퍼마켓'은 특허청에 등록되지 않은 상황이다.
슈퍼마켓의 동의어를 사용한 곳도 있다. HMC투자증권은 홈페이지와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소폭 개편한 'The H 펀드마트'를 이달 말 개설할 예정이다.
이들 펀드몰에선 각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펀드를 선보인다. 증권사에 상관없이 시중에 출시된 펀드를 모아놓은 펀드슈퍼마켓과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증권 측은 명칭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슈퍼마켓이란 용어는 누구나 사용하는 것" 이라며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쓸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관계자 역시 "펀드슈퍼마켓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비자의 혼란을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펀드슈퍼마켓'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같는 논란이 불거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공모펀드 판매잔고는 2010년 189조 원에서 지난해 9월 179조 원으로 연평균 1.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전용펀드는 1조4000억 원에서 1조9000억 원으로 연평균 9.7%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온라인 펀드시장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다.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새로운 시장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최근 증권사들은 저마다 온라인 펀드몰을 개편하거나 신설하고, 파격적인 이벤트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