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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톡 창간 2주년 특집] 3D 프린팅이 가져올 세상은?
게임인재단 구상권 3D Lab장, '형상 데이터나 도면만 있다면'</p> <p>지인으로부터 아이가 자라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수입 유모차를 공짜로 받았다. 원래는 이를 중고로 팔고자 하였으나 일부 부품을 잃어버려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팔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해외에서 제작한 제품인데다가 신제품이 나와서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품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유모차 관련 사이트에서는 이 부품에 대한 3D 데이터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고 이를 근처 프린트숍에서 출력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정식 부품만큼 깔끔하진 않지만 그다지 잘 보이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다.</p> <p>자전거에 바람을 넣으러 가보니 바퀴에 튜브 마개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제조사에 문의해 보니 가격도 생각보다 비싼데다가 다른 부품과 함께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시간도 일주일이나 걸린단다. 마개가 없어도 바람이 빠지지는 않지만 영 마음이 찜찜하다. 그러던 차에 튜브 마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마침 이 데이터가 자전거 동호회에서 올라 있다. 솜씨 좋은 동호회 회원이 제작해서 놀려 놓은 것이다. 이 데이터를 받아서 집에 있는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끼워 넣으니 마음이 한결 가뿐하다. 비록 정품에 비하면 약간 모자란 듯하지만 이제 잃어버려도 언제든지 프린트해서 끼워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안하다.</p> <p>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만든 작품으로 작은 전시회를 연다. 주로 지점토로 만든 것을 말려서 색칠한 것들이다. 우리 아이는 우리 가족을 귀엽게 만들었다. 나는 우리 아이의 작품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러나 지점토로 만든 것은 오래지 않아 망가져 버리기 때문에 보관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의 작품을 3D 스캐너로 스캔한 다음, 데이터를 보관하고, 우선 이를 프린트하기로 했다. 프린트한 것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만약 망가진다고 하더라도, 3D 데이터가 있으므로 다시 프린트하면 완전히 똑같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미래의 생활, 3D 프린터는 일상의 일부분 될 것
레이저 프린터 등장 때도 당혹했지만 세상 바꿔</p> <p>위와 같은 시나리오는 이제 곧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생활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3D 프린터와 관련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D 프린터가 과연 우리의 일상에 다가올 것인지 궁금하다면 과거에 혁신적인 기술들에 관해서 살펴보면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그 좋은 사례가 레이저 프린터와 DTP(Desk Top Publishing)이다.</p> <p>처음 레이저 프린터가 나왔을 때, 충격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일정 크기의 점을 이용하여 외곽이 들쭉날쭉한 도트 프린터(현재도 신용카드 영수증의 출력에 사용되고 있다)에 비해서 외곽선이 날카로운 인쇄한 것과 같은 품질이었기 때문에 이제 식자, 활판 등의 복잡한 과정 없이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책을 누구나 집에서 만들 수가 있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것을 DTP(Desk Top Publishing)라고 불렀다. 그때 당시에 필자의 친구는 성적을 잘 받고 싶어서 리포트를 레이저 프린터로 뽑아간 적이 있었는데 리포트를 직접 써야지 복사해오면 어떻게 하냐고 오해받아 오히려 교수님께 크게 혼나기도 했었다.</p> <p>
이러한 높은 품질을 보여준 혁신적인 기기이지만, 당시의 레이저 프린터는 애플사 매킨토시에서만 연결되었고, 가격도 매우 높았다. 또, 한 장이 출력되는데 오래 걸리고, 서체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진을 넣기도 해야 하는데 사진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고가의 대형 전문 장비를 사용해야 가능한데다가 편집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기능도 부족해서 결과적으로 누구나 쉽게 책을 만들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감은 쉽게 가라앉아 버렸다.</p> <p>그러나 스캐너가 발전하면서 사진의 디지털 전환이 쉬워졌고, 서체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서체를 사용할 수가 있게 되었고, 편집소프트웨어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전에 인쇄가 따라 하지 못하는 다양한 편집기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가격이 높은 레이저 프린터의 대안으로 저렴한 잉크젯, 리본 등의 새로운 프린트 방식이 등장하여 레이저 프린터를 열망하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러나 프린터 용지의 발전으로 지금은 오히려 레이저 프린터가 갖지 못하는 장점으로 레이저와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p> <p>이러한 레이저 프린터와 DTP를 둘러싼 주변의 발전이 조금씩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자 어느덧 DTP의 시대가 왔으며 우리의 생활이 되었으며 관련 산업은 커다란 성장을 하였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한글 혹은 워드 엑셀 문서들을 만들고 뽑는 지금의 일상이 당시에 꿈꾸던 미래였던 것이다.</p> <p>역사적으로 볼 때 혁신적인 기술은 처음에 등장할 당시에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사진기, 텔레비전, 컴퓨터, CD 스마트폰 등 많은 사례들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서 언급한 미래의 매혹적인 시나리오에 비하면 지금의 3D 프린터 또한 다른 혁신적인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일상이 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많다. 대체적으로 가격도 비싸고 속도도 느리며 추천에서 억대의 고가 프린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결과물의 품질도 대량 생산품에 비교해서 많이 떨어진다.</p> <p>그리고 너무 다양한 프린팅 방식(FDM, SLA, SLS, EBM, DLP, LOM, 3DP³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용 방법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교육을 받아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를 사용하여 형상 데이터나 도면을 만드는 것은 그 난이도에 따라 전문성을 요구한다.</p> <p>이렇게 많은 문제점들 때문에 처음으로 실제 결과물을 보거나 프린터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적잖이 실망하기도 하며 단지,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는 일부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기며, 3D 프린팅의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또한 통찰력 없는 언론의 자극적 기사가 한몫하고 있다.</p> <p>그러나 앞서서 언급한 과거의 레이저 프린터와 DTP의 발전과정을 살펴본 바와 같이 그러한 문제점들은 해소되며 결국은 우리들 앞에 현실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DTP가 우리의 생활에 친숙하게 자리 잡았던 이유는 단점에 비해서 그 장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며, 3D 프린팅 또한 그렇기 때문에 곧 우리의 생활에 자리 잡을 것이다.</p> <p>텔레비전-컴퓨터 등 혁신적인 기술 등장 당시 문제점
3D 프린터 형상 데이터나 도면만 있다면 버튼 하나로
3D 프린팅의 장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손쉽게 정교한 형태의 사물을 손에 쥘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p> <p>기존에는 전문 기술자들에 의해서만 매우 복잡한 과정(전문 공구나 기계-CNC를 이용하여 제단하고, 깎고, 다듬는 등)을 거쳐야 하고, 같은 것을 복제하기 위해서는 같은 과정을 반복하거나 정교한 틀을 사용하여야 되었다. 그리고 소비자의 손에 쥐어지기 위해서는 복잡한 유통을 거쳐야 됐다.</p> <p>
그러나 3D 프린팅은 형상 데이터나 도면만 있다면 버튼 하나로 정교한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며, 이 형상 데이터나 도면은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비용 발생 없이 몇 번의 클릭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 게다가 3D 프린터는 기존의 깎는 방식이 만들기 힘든 형태를 어렵지 않게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이미 전문분야에서는 기존의 깎아서 사물을 만드는 방식은 거의 사라져가고 3D 프린팅으로 빠르게 대체되어 가고 있다.</p> <p>3D 프린팅이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자리 잡는데 방해되는 데는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 이외에도 극복할 문제점들이 많이 있다. 형상 데이터나 도면의 불법 복제, 관련 산업의 재편에 따른 실업, 관련 기술 특허의 특정 기업 혹은 국가로의 집중 등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포함하면 3D 프린터가 우리의 일상이 되는 것이 분명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p> <p>그러나 역사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들을 디지털 음원 유통에서나 IT관련 산업의 발전 과정, 무보수 집단 지성들의 활동(Open Source) 등을 통해서 해결, 혹은 축소해나간 것을 경험해왔다. 따라서 3D 프린터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할 수 있다.</p> <p>
현재 가장 저렴하고 3D 프린팅 붐을 일으킨 방식(FDM)은 전문가의 연구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린 딸에게 개구리 장난감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폴리에틸과 양초 왁스를 혼합한 재료를 넣은 글루건을 사용하다가 착안한 방식이다.</p> <p>이렇듯이 일상에서 시작한 이 기술은 머지않아 매력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와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꿔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지금의 논란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p> <p><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p> <p>■구상권은?</p> <p>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전공 학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석•박사 졸업</p> <p>수상
1993, Honorable mentions at Koizumi International Lighting Competition
1995, 현대자동차 주최 한국 자동차 디자인 공모전, 입선
2000, Alias/Wavefront 디자인 부문 대상</p> <p>경력
2000~2011, IMAGEDROME INC.팀장
2006~2008, 건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 공업디자인과 겸임교수
2012~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디자인과 겸임교수</p> <p>역저
1995 일러스트레이터 바이블 5.5</p> <p>주요 업무 경력
현대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LG전자 등에서 다수의 디지털 디자인 업무 수행
아이튠즈 스토어 상위권인 지하철 디자인 담당.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 CG와 디자인에 관해서 강의
현재, 게임인재단 3D LAB에서 장을 맡고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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