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턱밑까지 들이닥친 AI…과천서도 발생

입력 2014-03-13 20:51
수정 2014-03-14 04:03
6년 만에 서울 인근 확산
시 전역 가금류 '이동 제한'

전체 살처분 1000만마리
2008년 넘어 역대 최대


[ 강경민 / 조진형 기자 ]
올초 남부지방에서 발생해 1000여만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게 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서울 인근에서도 확인됐다. 서울 부근까지 AI가 확산된 건 2008년 이후 6년 만이다.

서울시는 지난 9일 경기 과천시에서 발견된 큰기러기 폐사체에서 H5N8 AI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와 인근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13일 낮 12시부터 휴원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9일 과천시 문원동 청계산 약수터 근처에서 큰기러기 폐사체가 발견돼 과천시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검사를 의뢰했고, 이날 양성 판정이 나온 것이다. 박범 서울시 동물보호과장은 “고병원성 AI 여부는 이르면 14일께 나올 예정”이라며 “고병원성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시 전역에 있는 사육 닭과 오리 등 가금류 988마리를 ‘이동 제한’ 조치하고 매일 두 차례 방역할 계획이다. 한강, 중랑천, 석촌호수 등 철새와 야생조류 서식지도 하루 두 차례 소독한다.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조류와 닭, 오리 등에 대한 살처분은 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 살처분 규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사육하는 가금류에서 AI가 발견됐을 때만 주변 500m 지역의 가금류를 살처분한다. 강종필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조류 등의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야생 조류와의 직접 접촉만 피하면 시민 안전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특별히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1월16일 전북 고창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AI는 두 달여가 지났는데도 경북 경주와 세종시 소재 농가까지 퍼지는 등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2008년 42일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과 달리 이번 AI 사태는 장기화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AI 발병 농장이나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닭 오리가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살처분된 닭 오리는 948만8000마리(399개 농가)에 이른다. 이번주 안으로 99만7000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할 예정이어서 2008년 살처분 규모(1020만4000마리)를 넘어설 전망이다.

강경민/조진형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