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기업신문고-이런 규제 없애라] 홍보용 '래핑버스'가 광고법 위반이라고…

입력 2014-03-12 20:38
수정 2014-03-13 03:44
전경련, 황당규제 94건 발표

승마장 늘린다는데 초지에는 짓지 말라니


[ 이태명 기자 ] 최근 기업들의 신제품 홍보수단으로 ‘래핑버스’가 많이 쓰인다. 45인승 버스 전체를 제품이나 공연 광고판으로 활용해 도심을 운행하면 소비자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을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비롯해 연예기획사나 공연기획사 등도 래핑버스를 자주 활용한다. 그런데 래핑버스는 현행 법상 ‘불법’이다.

옥외광고물 관리법은 교통수단에 광고물을 표시할 때 창문이 아닌 차체 옆면의 2분의 1에만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승객을 태우지도 않는 광고홍보용 버스에 일반 차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건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소관 부처인 안전행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기업 경영을 옥죄는 주요 규제만 94건에 달한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규제도 있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법·제도가 많다.

대표적인 게 승마장 설치 규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 승마산업 육성을 위해 농촌 지역에 승마장 310개소를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런데 승마장은 아무 데나 지을 수 없다. 현행 초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승마장은 건축법상 운동시설로 분류돼 이미 조성된 농촌 지역 초지(草地)에는 지을 수 없다.

골프장 그린 주변에 음식조리를 할 수 있는 야외 캠핑존을 설치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다. ‘시설 내에 이미 신고된 음식점 외에 옥외에서 음식을 제공할 수 없다’는 식품위생법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골프장 수가 급증하면서 일부 골프장은 그린 주변에 캠핑존, 바비큐 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캠핑족을 유치하려는데 법 규정 때문에 사업 추진을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의료 분야에선 이런 규제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척추교정 치료기법인 ‘카이로프랙틱’ 시술을 정식 의료행위로 인정해준다. 국내에서도 한서대가 척추교정 치료 학부를 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법은 이 시술을 불법 의료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서대의 해당 학부 졸업생은 면허 취득을 위해 미국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