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민 기자 ] 여성복 업계가 대형 제조·직매형 의류(패스트패션·SPA) 공습과 불경기란 파고를 만나 고전하는 와중에도 봄을 맞아 '뉴페이스'들이 등장했습니다. [한경닷컴]이 신규 여성복을 이끄는 실장 및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와 만나 브랜드 차별화 전략과 계획에 대해 들어봅니다. 코오롱FnC의 손형오 디자인 실장은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습니다.
"패스트패션을 지향하는 SPA 브랜드들은 '젠티'의 경쟁 대상이 아닙니다. 정제된 디자인과 질좋은 소재로 잘 만든 필수 아이템으로 '젠틀레이디(Gentle Lady)'들을 사로잡겠습니다."
코오롱FnC가 운영하고 있는 남성 캐주얼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의 손형오 디자인 실장(사진)은 "신규 SPA 브랜드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되레 이런 상황이 소재와 디테일,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 클래식 아이템을 만드는 젠티에겐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젠티는 커스텀멜로우의 여성라인으로 지난달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클래식한 남성을 의미하는 'gent'와 여성성을 의미하는 '-ee'를 접목해 만들었다. '젠틀레이디'를 콘셉트로 애쓰지 않아도 멋스러운, 자연스러우면서도 취향이 담긴 스타일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젠티는 다양한 남성복 브랜드를 거치며 빼어난 솜씨를 인정받은 손 실장의 감각을 여성복에 접목시킨 브랜드가 될 전망이다. 손 실장은 '도니니', '보티첼리포맨', '본 ' 등 남성복과 캐주얼브랜드 '엠폴햄' 거쳐 2009년 코오롱FnC에 영입됐다. 불황 속에서도 남성 캐주얼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를 성공적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젠티도 커스텀멜로우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여성들에게 질 좋은 소재의 필수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젠티가 설정한 주요 고객층은 27세에서 32세의 여성이며, 연령대보다 성격적 타깃층이 명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표현하는, 내면이 단단하고 성숙한 생각을 가진 여성을 위한 옷으로 설정해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과하지 않고 라이프 스타일을 계획하고 지켜나갈 줄 아는 여성, 자신의 일과 삶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관심분야에 대한 탐구와 모임을 즐기는 성격의 여성을 위한 옷이라고 전했다.
손 실장은 "국내 영 캐릭터 캐주얼 여성복의 획일화, 브랜드 아이덴티티 없이 유행(트렌드)에 따라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정제되지 않은 과도한 스타일을 제시하는 기존 여성복 시장의 정체와 혼란에서 차별화된 옷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반응도 좋다는 전언이다. 기존 여성복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매니시한 실루엣과 기존 커스텀멜로우에서 보았던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디테일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손실장의 특기인 문화 마케팅을 젠티에도 적용해 젊은 고객 층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잡는다는 방침이다. 앞서 코오롱FnC는 커스텀멜로우를 통해 문화 프로젝트 '서커스:워치마이쇼', 빵집과의 협업을 통한 '미스터베이커' 에세이북 출간 등의 다양한 시도로 이목을 끈 바 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 머물며 동물채집과 서민들의 일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던 스웨덴 동물학자 스텐 베리만의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2012년 테마 '주얼로지스트 베리만(ZOOLOGIST BERGMAN)'이 기억에 남는다"며 "후손의 도움으로 스웨덴 광고 촬영과 함께 한국에서 스텐 베리만 사진 전시까지 열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젠티 역시 지난해 11월 론칭에 앞서 사전 마케팅의 일환으로 애플리케이션 소설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를 연재, 여주인공 '젠티'를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 바 있다. 작가 김경 씨가 소설을 통해 젠티의 취향과 그 안에서 성장하는 사랑 이야기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체화시켰다. 올 상반기 안으로 단행본을 발간할 예정이다.
아울러 젠티는 이미 꾸려진 커스텀멜로우 매장 내에서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유통한다. 올해 상반기 7~8개의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전개, 브랜드 안정화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난달 13일 홍대 직영매장 H스토어 1층을 젠티 라인으로 교체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 광복점 등의 직영 매장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오는 5월 여는 제2롯데월드 쇼핑몰에도 커스텀멜로우에 편승해 입정이 예정돼 있다.
손 실장은 녹록지 않은 패션업계에서 살아남는 필수요인으로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꼽았다. 소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SPA 브랜드와 해외명품, 고가 패딩 열풍을 몰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이란 위협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날씨 영향과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개선 여부가 관건"이라며 "남성복과 여성복은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브랜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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