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상 장기투자·노후대비엔 가치주…적금처럼 복리효과 원하면 배당주 '콕'

입력 2014-03-12 07:01
가치주·배당주펀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에서 연 3% 이상 금리를 주는 예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올해 1~2월 은행 정기예금 신규상품의 94%는 2%대 금리였다. 3%도 ‘고금리’ 대접을 받는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금리가 저점에 도달하면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되곤 했다. 1994년 국내 ‘1차 펀드 붐’은 연 17%가 넘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 12% 내외로 떨어진 시점이었다.

1999년 ‘2차 펀드 붐’도 외환위기 직후 연 17%까지 올랐던 국채수익률이 연 8% 이하로 급락한 이후 나타났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총 97조원이 주식형펀드로 몰려들었던 ‘3차 펀드 붐’도 마찬가지다. 당시 3년 국채수익률이 연 4% 밑으로 내려가면서 역사적 저점을 경신했다. 이처럼 시중 금리가 급락할 때마다 어김없이 주식형펀드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나홀로 덩치 커진 가치주·배당주펀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온 지난 몇 년간에는 주식형펀드로 얼마만큼의 자금이 유입됐을까? 놀랍게도 주식형펀드 자금은 2008년 이후 늘어나기는커녕 빠져나가기 바빴다. 금융위기 이후 작년까지 금리가 역사적 저점을 연일 경신했는데도 말이다.

최근 1년간 주식형펀드에선 3조8000억원, 3년 동안 6조9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투자자들이 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고민하면서도 주식형펀드 투자는 꺼린 결과다.

그렇다고 모든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체 주식형펀드에선 투자자금이 줄었지만 가치주와 배당주펀드로는 최근 1년간 2조7000억원, 3년간 3조6000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코스피지수가 2011년 이후 3년간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일반 성장주펀드보다 변동성이 낮고 성과도 안정적인 가치주 및 배당주펀드로 관심을 돌렸다.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일수록 ‘가치가 있는 기업(가치주)’과 ‘배당금이 쌓이는 기업(배당주)’에 장기투자하는 것은 최선의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은 장기투자의 복리 효과를 ‘스노볼 효과’라고 했다. 산 정상에서 눈을 굴리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눈덩이가 급속히 커지는 현상에 비유한 것이다.


노후 대비 가치주, 진화하는 배당주펀드

가치주펀드와 배당주펀드의 구체적인 특징을 알아보자. 우선 가치주펀드는 특정 종목의 내재가치보다 특정 시점 주가가 낮아진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해 투자한다. 이후 시장에서 재평가된 주가가 적정 수준이 되면 매도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가치주펀드는 성장주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작고 시장 상황에 덜 민감하게 움직인다.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도 손실 폭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노후 대비를 할 때 제격인 펀드로 손꼽힌다. 최근 3년 이상 주가지수가 제자리걸음하는 와중에도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KB밸류포커스펀드 등이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다.

배당주펀드는 말 그대로 배당주에 집중 투자한다. 과거 고금리 시절에는 배당만을 노리고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 은행 금리가 연 4~5%만 돼도 주가 하락 위험을 감수하며 배당주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가 연 3% 이하로 떨어지면서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전년에 이어 작년까지 2년 연속 연말 배당을 공시한 221개사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1.82%였다. 이 중 상위 10개사의 시가배당률은 5%를 넘었다. 저금리 환경에서 배당주들의 이 같은 높은 배당률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배당주펀드는 시세차익보다 배당을 통한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배당을 많이 주는 중소형 종목이나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금을 보통주보다 많이 주는 우선주에 주로 투자한다.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은 대부분 기업가치가 뛰어난 우량주다. 장기 보유하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설사 주가가 하락해도 배당금은 받기 때문에 전체 투자수익률은 크게 나빠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증시 하락기에 배당주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다.

배당주펀드의 운용전략은 간단하다. 편입 종목 주가가 예상했던 배당수익률보다 많이 상승하면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배당 시점까지 보유해 배당을 받는다.

최근에는 기본 운용전략에 ‘커버드콜 전략’을 추가한 배당주펀드가 등장했다.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가 대표적이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한 단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커버드콜 전략은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콜옵션 매도를 통해 받는 돈인 프리미엄으로 배당외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커버드콜 전략은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횡보할 때 효과가 두드러진다.

투자시 유의사항

가치주펀드와 배당주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가치주펀드는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지만 단기 성과는 주가지수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 가치주펀드는 시장 환경보다 개별 종목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특성 때문이다. 저평가 가치주들이 적정가치만큼 주가가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가치주펀드는 일반적으로 3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다.

배당주펀드도 가치주펀드와 마찬가지로 증시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나타낼 위험이 있다. 배당주는 외부 변수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기 때문이다. 대신 배당수익의 복리 효과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배당주 펀드는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사람보다는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김희주 < KDB<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6800 target=_blank>대우증권 이사 heejoo.kim@dwse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