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2조원, 국내 채권형펀드에선 400억원이 빠져나갔다. 국내 증시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된 것이다.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도 전체적으로는 감소하는 모습이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확연한 자금 흐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국내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중심축이었던 중국과 브릭스 펀드는 연초 이후 설정액이 각각 1800억원, 1000억원 감소하는 등 신흥국 펀드 전반에 걸쳐 자금 이탈이 일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1400억원, 유럽 2000억원, 일본 400억원 등 선진국 시장 펀드의 설정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 펀드로 자금 이동
해외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투자 패턴을 보였다. 펀드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선진국 시장으로 2800억달러(약 300조원)가 유입됐다. 그러나 신흥시장에서는 760억달러(약 81조원)가 빠져나갔다.
이런 흐름은 올 들어서도 계속됐다. 해외 투자자들은 서유럽(226억달러), 일본(106억달러)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76억달러), 라틴아메리카(-27억달러)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
투자자금 이동의 이유는 확실한 투자처가 미국과 유럽 주식 외에는 마땅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작년 말부터 양적완화 정책이었던 채권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 미국 경제의 특별한 충격이 있지 않는 한 양적완화 정책은 올해 안으로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채권매입을 통해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 놓았던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이 조치로 인해 채권 금리는 향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하락시 자본차익을 얻기 위해 몰렸던 채권투자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되자 많은 자금이 채권에서 이탈해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소비 2분기부터 살아날 것
물론 최근 미국 경제는 최악의 한파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자동차 구매, 백화점 매출 등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부진이 추위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한다. 이들은 2분기부터 소비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성장세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성장을 예상하는 이유는 개인 소득의 근간인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부(富)의 기초인 주택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가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유럽 경제는 작년 2분기를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에서 ‘플러스’로 전환되며 경기회복기에 진입했다. 높은 부채비율과 실업률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에 우호적인 통화정책과 미국 경제 성장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위기 진앙지였던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구조개혁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이 투자자금이 몰린 원인이다.
중국 등 신흥국 불안감 커져
작년부터 일부 신흥국에서 불안감이 노출되면서 이머징 시장 전반에 걸쳐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 부채비율 증가 등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부각되면서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한편 중국 신정부는 일부 산업의 과잉 투자와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신용팽창을 억제하면서 경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동시에 금융시스템 전반에서 마찰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방정부 부채문제와 그림자 금융으로 일컬어지는 고수익 투자상품들의 신용버블 붕괴 우려가 부각되면서 중국 정부의 경제 구조개혁과 부채감축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수입과 투자에 의존해 크게 성장했던 신흥국 경제는 중국 구조조정 장기화로 인해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 매력적
채권형 상품에서는 하이일드 펀드가 강세다. 금리 상승기에 대부분 채권 상품군이 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경기 확장기에 신용위험 축소로 강세를 나타낸다.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수록 낮은 신용도의 회사들이 부도율이 낮아지면서 국채와의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것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이 나타날 경우 부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긴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 상황상 양적완화 축소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고, 반대로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높아 안정 성향의 투자자에게는 적합한 투자 상품이다.
김범준 <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16360 target=_blank>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bumjoon00.kim@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