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강남삼성안과 원장(시력교정수술 전문의)
얼마전 매스컴에서 한 안과의사가 “라섹이 라식보다 더 안전하다는 얘기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라고 마치 판관 같은 분위기로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존경하던 선배 의사의 입에서 나온 얘기여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절편의 탈락, 절편의 천공, 절편의 주름, 불완전 절편, 상피내생, 망막 문제, 감염에 대한 취약….
잠깐만 생각해도 라섹에는 없는 라식 고유의 부작용이, 그것도 시력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종류의 것들이 떠오르는데, 그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저런 얘기를 했을까? ‘Safety index’라는 것이 있다. 수술의 질을 평가하는 여러 항목들(safety, efficacy, predictability, stability, convenience) 중의 하나로 ‘수술 후 최대교정시력/수술 전 최대교정시력’으로 정의되는 말이다. 예컨대 수술 전에 비해 최대교정시력이 두 줄 이상 감소한 케이스가 몇 퍼센트라는 식으로 나타낸다. ‘안전지표’라고 번역될 수 있으며, 시력교정수술의 안전에 관해 의사가 언급할 때는 이 정의를 염두에 둔 경우가 많다.
진료실에서 수술상담을 할 때 환자가 가장 궁금해하고 또 의사에게 듣고 싶어하는 것 역시 수술의 안전이다. 그런데 귀를 잘 기울여보면, 이들이 염려하는 것이 실은 ‘사고 가능성’ 여부 임을 알 수 있다.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어떤 치명적인 사고가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건 아닌지를 우려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력의 질에서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양보할 수 없고 양보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시술이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만, 드물기는 하나 이따금 사고가 날 수 있는 시술이라면 과연 이 시술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환자 입장에서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고 보니 라식이 마치 위험한 수술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데, 그렇게 생각지는 않는다. 필자 역시 2000년대 중반까지 라식을 위주로 해 온 사람이고, 필자 스스로도 당시에 라식을 받았다. 숙련된 의사가 신중하게 대상을 선정해 꼼꼼하게 시술한다면 라식도 얼마든지 안전한 수술법이다.
레이저시력교정수술은 아마도 외과수술 전 분야를 통틀어서도 안전 면에서 가장 발전되고 검증된 방법일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사고의 잠재적 가능성까지를 따진다면 표면연마인 라섹이 실질을 잘라야 하는 라식보다 더 안전한 수술법이라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의사가 말하는 안전, 즉 안전지표에서는 어떤지만 짚어보기로 한다.
안전지표, 즉 ‘수술 후 최대교정시력/수술 전 최대교정시력’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라섹이 라식보다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 앞에서 언급한 의사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양질의 시력을 얻기 위한 노력에서 의사의 경험과 노하우가 라식보다 라섹에서 더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라섹은 하기는 쉽지만 잘 하기는 어려운 수술’이라고 생각한다. 라섹은 절편을 만들 필요가 없어서 이와 관련한 사고의 염려가 없고 그만큼 안전하기 때문에 초심자도 비교적 부담을 덜 갖고 시작할 수 있는 수술법이다. 하지만 수술의 효과, 즉 시력의 질로 압축되는 수술 후 성적에서까지 라식을 앞서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라섹은 수술 기법과 성적이 안정적인 단계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라식보다 더 길고, 의사 개인이 다듬어야 할 요소가 많으며, 의사의 손을 더 타는 수술이다. 한마디로 ‘성적에서의 러닝커브’가 라섹이 라식보다 더 완만하다. 주된 이유는 연마될 면의 균질도를 확보하는 과정에 의사의 술기 혹은 숙련도가 라식에 비해 라섹에서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인데, 연마면의 균질도(특히, 연마 직전 실질이 물을 머금은 정도, 즉, 수화의 균질도)는 레이저에 의한 연마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연마의 균질도가 확보되지 못하면 부정난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정난시는 최대교정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라섹은 노모그램을 잡기가 라식보다 상대적으로 어렵다. 잠재적 사고 위험이 훨씬 적은 안전한 수술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라섹으로 급격히 선회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필자가 레이저시력교정수술 방법을 십여년 전 라식을 위주로 하던 방식에서 라섹을 위주로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라섹은 수술 결과가 의사의 숙련도나 술기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시술법이며, 때문에 최대교정시력의 변화만 놓고 볼 때 라섹이 라식보다 덜 만족스러운 방법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대교정시력의 변화를 기준으로 하는 ‘안전지표’상, 라섹이 라식보다 뒤지는 방법일 수 있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수술 기법이 안정되고 노모그램이 잡히면 라섹은 최대교정시력을 기준으로 삼는 안전지표에서조차도 라식을 앞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의료기술에서 ‘검증되었다’는 것과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부작용이 없는 수술은 없다. 어떤 시술이 검증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시술과 관련하여 어떤 종류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또 이를 어떻게 하면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지가 밝혀져 있다는 의미다. 레이저시력교정수술이 한편에서는 기적과 같은 마술로 포장되기도 하고 반면 부작용이 매스컴에서 거론되면 또 ‘뭔가 꺼림칙한 수술’의 누명을 쓰기도 한다. 레이저시력교정수술은 기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매한 뭔가가 덜 밝혀진 불안한 수술도 아니다. 미디어에 보도되곤 하는 내용들 대부분은 교과서에 이미 잘 정리되어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보도되는 것보다 실은 더 많은 종류의 부작용들이 밝혀져 있다. 다행히도 이 중 시력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의 경우는 ①숙련된 의사가 ②원칙에 맞게 ③검증된 장비로 ④꼼꼼하게 시술한다면 발생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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