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무늬' 상표권 침해 손배소
[ 임현우 기자 ]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체크무늬 상표권을 내세워 국내 패션업체에 줄소송을 걸고 있다. LG패션 ‘닥스’에 이어 이번엔 쌍방울 ‘트라이’에 1억원대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내기로 했다.
버버리는 “쌍방울이 판매한 트라이 속옷 중 일부 제품이 우리 회사 등록상표인 ‘버버리 체크무늬’를 도용했다”며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곧 제기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쌍방울 제품의 제조·판매 금지와 함께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버버리는 지난 1월9일 각종 인터넷 쇼핑몰에서 문제의 트라이 제품을 발견한 뒤 쌍방울에 여러 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판매 중단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어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쌍방울은 이 제품이 지난해 상반기 출시한 ‘사각팬티 10종 세트’ 중 하나로, 현재는 단종됐다고 설명했다. 쌍방울 관계자는 “버버리 측 내용증명을 받고 변리사와 논의한 뒤 ‘버버리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며 “정식으로 소장을 받으면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체크무늬 팬티에 쌍방울 브랜드를 붙였지 버버리를 붙여 팔진 않았는데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버버리는 2011~2013년 국내에서 자사 체크무늬와 관련해 총 18건의 민사소송을 제기, 법원이 모든 사건에서 피고 측의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 기업이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버버리가 LG패션을 상대로 낸 비슷한 유형의 소송에선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법원은 LG패션이 버버리에 3000만원을 지급하고, 버버리는 제조·판매 금지 요구를 철회하라고 결정했다. 버버리는 이 결정에 대해 “법원이 LG패션의 상표권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하지만 LG패션은 “상표권 침해를 인정한 건 아니다”며 서로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식재산권을 두고 벌어지는 잇단 소송전이 버버리의 ‘과잉방어’인지, 국내 업체들의 ‘베끼기’ 탓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버버리는 2006년 제일모직, 세정, 광원어패럴이 출원한 체크무늬 디자인에 대해 등록 무효 청구심판을 특허심판원에 냈다가 “오인 소지가 없다”는 취지로 기각당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