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강연에 25만弗 받아
그린스펀 등 전 Fed의장들
'억' 소리나는 경제강사 변신
[ 워싱턴=장진모 기자 ]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이어 최근 ‘세계 경제대통령’에서 물러난 벤 버냉키 전 의장도 ‘경제 강사’로 변신했다. 몸값은 할리우드 스타 뺨을 칠 정도다.
지난 1월 말 퇴임 후 미국 최대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버냉키는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미국 텍사스 휴스턴 등 3곳을 돌며 강연했다. 그는 지난 7일 휴스턴의 에너지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의 역풍이 가라앉고 있으며 Fed가 경기부양책을 지속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강연 당일 발표된 고용지표와 관련, “연초에 겨울 혹한으로 경기회복세가 둔화됐지만 이제는 극복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버냉키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경제는 완전고용에 도달할 것”이라며 “그 시점에서 Fed가 경기부양책을 종료할 것”이라고 했다.
퇴임 후 경제·금융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그린스펀도 왕성한 강연활동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경제에 훈수를 두고 있다. 지난 7일 CNBC에 출연해 “미국 증시는 버블 영역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은행이 충분한 자본을 확충하고 있느냐가 문제”라며 “도드-프랭크법(대형은행의 규제법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직 Fed 수장의 강연 내용뿐 아니라 몸값도 주목을 끌고 있다. 아부다비내셔널뱅크가 주최한 버냉키의 강연 행사엔 금융계 인사 1000명이 1인당 2000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참석했다. 버냉키는 40분 강연에 25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Fed 의장으로 일하면서 받은 1년치 연봉 19만달러를 웃돈다. CNN은 버냉키의 강연료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1회 평균 20만달러)을 웃도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고액 강연료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경제 칼럼니스트인 알 루이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씨티그룹이 이번 행사를 후원한 점을 들어 “Fed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은행이 버냉키에게 감사를 드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