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 6개월 후 국내 영향
한은 "4월 경제전망에 반영"
전문가 "금리 인상" 점쳐
[ 김유미 기자 ] 국제 곡물가격이 들썩이면서 국내 물가 상승을 압박할 요인으로 등장했다. 다음달 닻을 올릴 이주열호(號) 한국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 신흥국들에서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행진에 합류할 여지가 커진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산출하는 ‘S&P GSCI 농산물지수’는 지난 6일 399.93을 기록했다. 올 들어 13.7%(103.75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옥수수 선물가격(최근월물 기준)은 15.1% 뛰었고 원당(11.6%) 대두(10.2%) 등도 상승세다. 옥수수 가격의 경우 남미 수확량이 건조한 우기 탓에 줄어들 전망인데다, 옥수수 3위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정정 불안에 휩싸이면서 뛰었다.
이 같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저물가로 디플레 우려까지 제기됐던 국내 경제엔 새로운 변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하며 16개월째 1%대를 유지했다.
박세령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작년 말에 올해 물가를 전망할 때는 남미 등의 이상기후를 전제하지 않았다”며 “이달 중순 국내외 물가요인을 종합 점검한 뒤 다음달 새 경제 전망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한은이 예상한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2.8%(전년 동기 대비). 국내 농산물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서비스 요금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곡물 등의 국제가격은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약세를 이어갈 것(1월 인플레이션 보고서)으로 관측됐다. 한은에 따르면 국제 곡물값 급등은 약 6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감물가 상승세가 지표에 곧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속도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가 오르면 디플레이션 논란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해외IB(투자은행)를 비롯한 시장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을 내다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오는 4분기 물가상승률이 3%대로 뛰면서 기준금리도 0.2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적어도 올초 나왔던 기준금리 인하 논쟁은 이제 별로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주열 한은 총재 후보자의 지명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한은 출신인 이 후보자는 한은의 중립성과 물가 안정을 중시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1000조원을 넘어선 국내 가계부채도 변수다.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며 가계빚이 급증하면 저금리 부작용이 문제가 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