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불균형 깨자' 공감…영화감독 등 유명인이 응답
트럭기사, 개 조련사도 섭외…인터넷판 인생사전 만들 것
[ 임근호 기자 ]
“미국 동포 중학생이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김동성 선수에게 물었어요. 자기도 프로가 되고 싶은데 마지막 바퀴에는 죽을 것 같이 힘들다고요. 김동성 선수는 체력이 좋으면 호흡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며 남보다 더 빨리 돌기 위해선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답해주었죠. 이런 질문과 답을 썰타임 밖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지난 7일 서울 한강로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우창 썰타임 대표는 “썰타임은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인터뷰 사이트”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썰타임은 출연자가 결정되면 정해진 시간에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 출연자는 거기에 답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영화감독 곽경택, 배우 최필립, 테너 임웅균, 노동당 대표였던 고 박은지, 정치인 허경영 씨 등 유명인은 물론 오뎅바 주인, 성인용품점 사장, 초등학교 교사, 미국 유학생, 게임회사 개발자 같은 일반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썰타임에서 질문을 받았다.
◆재미와 정보 주는 온라인 인터뷰
오피스텔 4층에 있는 사무실은 주방과 함께 벽 한쪽에는 옷이 가득 걸려 있었다. 회사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이한결 최고기술책임자(CTO), 윤석희 최고운영책임자(COO), 그리고 이 대표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셋은 1988년생 동갑으로 대원외고 독어과 동기다. 언젠가 같이 창업하자고 얘기했던 게 이 대표가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 대표는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정보는 아무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며 “썰타임을 통해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해보고 싶었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집이 부유하거나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여러 경로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의사나 영화감독이 되고 싶고, 미국 대학에 유학 가고 싶어도 도움될 만한 얘기를 듣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을 휴학 중인 윤 COO는 “미국에서 가장 놀랐던 게 ‘이들은 어쩌면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잘 걸고 아무 주제나 갖고도 얘기를 잘할까’였다”며 “한국에서는 위계질서 때문인지 사람들이 할 말을 다 못하는 경향이 있고 온라인에서도 좌파냐 우파냐, 올드비냐 뉴비(신참자)냐로 나눠 싸우기만 하지 편하게 얘기를 나누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트럭 운전사, 개 조련사도 섭외
썰타임의 경이로운 섭외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비결은 무작정 들이대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윤 COO는 “어느 날은 트럭 운전사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트위터에서 트럭이라고 검색된 30명에게 메시지를 다 보냈다”며 “성인용품점 사장님도 트위터에 뜬 성인용품 광고까지 다 뒤져가며 메시지를 보낸 끝에 섭외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 외에도 지인을 통해 섭외를 부탁하거나 길거리 즉흥적 섭외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 국내 공대 휴학생인 이 CTO는 “한번은 카페에 갔는데 개 조련사가 있어 그 자리에서 출연해달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요즘은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섭외 대상으로 보인다”고 웃었다. 그는 “출연자들도 처음엔 많이 망설이지만 자기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고 나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돼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꼭 섭외된 사람만 출연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 신청을 해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며 “썰타임을 개인의 삶이 녹아 있는 하나의 인터넷판 인생 사전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