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에 무너진 삼성 스마트폰 협력사

입력 2014-03-09 21:27
수정 2014-03-10 04:13
터치스크린社 디지텍시스템스
무자본 인수 후 305억원 횡령


[ 김선주 기자 ]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자본 없이 회사를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의 전직 대표 정모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발표했다.

정씨 등은 2012년 2월 사채업자 등을 동원해 디지텍시스템스 경영권을 얻은 뒤 부족한 인수 자금을 메우려고 디지텍시스템스와 계열사 T사 자금 170억원을 횡령하는 등 회삿돈 305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횡령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다가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을 당한 사건도 수사 중이다.

또 이들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을 위조해 1720만달러(약 180억원)를 한국씨티은행에서 사기 대출받은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 2곳에 납품하면서 한국씨티은행에 가짜 매출채권을 양도하고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텍시스템스는 공장 등을 담보로 다른 은행에서도 1000억원가량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지텍시스템스는 삼성전자 1차 납품업체로 2012년 매출이 2300억원이었으나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