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레이디스 5타차 우승…작년 역전패 빚 갚아
유소연과 팀 이뤄 단체전 2연패 '세계 최강' 과시
[ 한은구 기자 ]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골프 여제’의 위용을 과시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60만달러)에서 송곳 같은 아이언샷과 ‘컴퓨터 퍼팅’을 내세워 랭킹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의 챔피언조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뒀다.
박인비는 9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코스(파73·6206야드)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대회 최종일 페테르센과 공동 선두로 출발한 뒤 버디 8개, 보기 2개로 6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24언더파 268타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페테르센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 상금은 8만달러(약 8500만원).
○지난해 역전패 아픔 되갚아
박인비는 랭킹 1위의 자존심도 살리고 지난해 패배도 설욕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박인비는 작년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날 페테르센에게 역전당해 우승컵을 넘겨줬으나 올해는 그 반대였다. 박인비는 전날 보기 없이 버디 11개를 잡아내며 자신의 생애 최소타이자 ‘코스 레코드’인 11언더파 62타의 ‘슈퍼샷’을 날렸다. 박인비는 “이전에 9언더파는 두 차례 친 기억이 있지만 11언더파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2라운드까지 페테르센보다 4타 뒤진 공동 8위였던 박인비는 3라운드 선전으로 페테르센과 공동 선두가 된 뒤 마지막날 우승까지 내달렸다.
11언더파는 LET 최소타 타이 기록이며 후반 9개홀 7언더파도 LET 9홀 최소타 타이 기록이다. 박인비는 9번홀(파4)부터 14번홀(파4)까지 무려 6개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박인비는 “6개홀 연속 버디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유럽투어에서 첫 승을 올렸으며 미국투어 9승, 일본투어 4승을 합쳐 통산 14승째를 올렸다.
○‘인비 공포증’ 안겨줘
페테르센은 ‘인비 공포증’을 느낄 정도로 이날 맥을 못 췄다. 8번홀까지 3타를 줄여 3타 차 선두를 달리던 박인비는 9번홀(파4)에서 1m도 안되는 버디 퍼트를 실패하면서 6m 버디를 성공시킨 페테르센에게 2타 차로 쫓겼다. 10번홀(파4) 보기로 1타 차 추격을 허용했으나 11번홀(파3) 4m 버디 성공에 이어 12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다시 3타 차로 달아났다.
15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홀 50㎝ 옆에 세워 ‘홀인원성 버디’를 잡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페테르센은 이 홀에서 2m 버디를 실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박인비는 18번홀(파5)에서 ‘2온’에 성공하며 버디를 추가해 페테르센과의 타수 차를 5타로 벌렸다.
박인비는 페테르센과 올해 세 차례 같은 대회에 출전해 2승1무의 우위를 보였다. 첫 대결이었던 혼다LPGA타일랜드에서 박인비는 단독 2위에 올라 10위에 머문 페테르센보다 앞섰다. 두 번째 대결인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는 똑같이 공동 4위에 올라 무승부를 기록했다.
○2년 연속 단체전 우승도
개인전과 함께 치른 단체전에서는 박인비·유소연으로 구성된 한국이 합계 40언더파 544타를 적어내 중국(합계 572타)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김하늘과 팀을 이뤄 우승한 데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 대회는 2012년에 창설됐으며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출전했다.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4타를 줄여 합계 16언더파를 기록, 단독 3위에 올랐고 호주 동포 아마추어 이민지(18)는 합계 15언더파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