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보험 高성장 시대 끝났지만 고령화서 새 기회 만들 것"

입력 2014-03-07 07:00
Cover Story - LIG손해보험

'고객에 사랑받는 기업' 목표 매진
직원이 주인의식 갖는 회사 만들터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어

안정적 수익 나는 자산 투자 확대
2014년에는 재무 안정성 더 강화


[ 김은정 기자 ] 인터뷰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57·사진)은 1983년 LIG손보의 전신인 범한화재해상에 입사하면서 보험업계에 첫발을 들였다. 30년 넘게 한눈 팔지 않은 정통 ‘보험맨’이다.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를 고수해왔던 LIG손보는 지난해 6월 김 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취임 후 김 사장이 거의 매일 오전 6시30분이면 출근하는 이유다. 그는 업무 시작 전에 사내 인터넷 게시판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의 고민과 이슈를 파악한 뒤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한 명의 임직원이라도 더 만나 얘기를 듣기 위해 하루에 저녁 식사를 두세 번 하는 일도 다반사다. 소통과 공감 없이는 위기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대주주 변경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김 사장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험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돌파 전략이 있습니까.

“정부나 주요 연구기관들은 국내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점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올 들어 본격화되고 있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높습니다. 경기회복이 더뎌 손해보험 시장도 좋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지요. 저축성 보험 등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후 보장에 초점을 맞춘 보험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걸로 봅니다. 정부 정책도 고령자 전용 보험 출시와 보험을 통한 노후 보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요. 이 시장을 파고들고 개척하다 보면 분명히 새로운 수익 기회가 있을 겁니다. 자동차보험 제도 관련해서도 전반적으로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수익구조가 나아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금리 기조에서 자산운용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은데요.

“올해는 자산부채 종합관리(ALM)를 기반으로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겁니다. RBC 비율 등 재무안정성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확보해야 합니다. 채권과 대출 등 이자수익이 나는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생각입니다. 동시에 신용위험 계수가 낮아 RBC 비율 개선에 도움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 발굴에 역량을 집중할 겁니다.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은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겠지만 특정 업종 등에 얽매이기보다는 전반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신경 쓸 방침입니다. 약간의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만으로도 중장기적으로는 꽤 높은 수익률 제고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하실 건지요.

“목표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발전으로 이어지지요. 최근 몇 년간 목표는 ‘고객 신뢰도 1위 보험사’였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고요. 고객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겁니다. 특히 충성도 높은 우수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확실히 높일 생각이에요. 홈페이지나 콜센터 등 비대면 업무처리 시스템도 개선할 방침입니다. 대면 영업뿐 아니라 비대면 영업에서도 완전판매를 추구해 민원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목표입니다. 상품 개발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인보험 신상품에 초점이 맞춰질 겁니다. 현재 손보사들은 다양하게 위험보장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고요. 설계사들의 소득 향상과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손해보험 고유의 영역인 재물보험에도 관심을 쏟을 겁니다. 차별화를 위해 계약 시스템을 더 편리하게 개선하고 심사 기간도 줄여 나가겠습니다.”

▷‘대주주 변경’이라는 민감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요.

“‘승자의 안목’이라는 책을 보면 ‘승자의 주머니에는 결단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에는 후회가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제 경영철학과도 비슷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단입니다. 이 결단이란 게 어떤 새롭고 거창한 것을 뜻하진 않습니다. 기본과 원칙에 입각해 기업의 기초체력과 내실을 다지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선 기업, 내실이 탄탄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그 누구라도 욕심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임직원 모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바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길입니다. 이런 조직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게 제 역할이기도 합니다.”

▷급변기를 헤쳐가기 위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요.

“좋은 리더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륜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평소 끊임없이 현장 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생각에서입니다. 공부하고 고민하고 현장에서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좋은 리더의 기본이 갖춰집니다. 그래서 늘 소통을 중요시합니다. 여러 번의 해석을 거친 간접적인 보고에 의존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왜곡되기 십상입니다. 되도록 많은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LIG손보를 어떤 보험사로 만들고 싶으신지요.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여전히 우리의 목표입니다. 생각하면 고맙고 든든한 그런 기업 말입니다. 여기에 임직원들이 비전과 자부심을 갖고 재미있게 일한다면 그 자체로 ‘우량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직원과 설계사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업무체계를 만드는 것도 목표입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