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성과평가제 개편
조세소송 패소 많으면 인사 반영
[ 임원기 기자 ]
국세청이 세무공무원에 대한 성과평가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과세후 조세불복 소송 등에서 패소율이 높은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내부 인사시스템의 문제가 최근 조세불복이 급증하고 조세 소송에서 국세청이 패소하는 비율(인용률)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국세청은 최근 수원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고위공무원단 워크숍에서 ‘성과평가(BSC) 방식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을 주제로 논의하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개편 내용은 올해 인사평가 때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가장 큰 틀의 변화는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올해 실적부터 성과지표별로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을 넘는 경우 다른 직원과 비교하지 않고 성과등급을 주는 절대평가제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조사뿐 아니라 징세, 체납정리, 세원분석 등 사실상 전 분야에서 절대평가제로 바꾸는 것”이라며 “평가 기준도 양적 기준 외에 질적 기준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질적 기준은 과세의 적정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는 세무공무원의 실적을 평가할 때 세금을 얼마나 많이 거둬들였느냐가 가장 중시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수 쪽 비중을 낮추고 얼마나 적정하게 과세했느냐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아직 세부안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불복신청이나 심사·심판 청구, 소송 등에서 패하는 비율이 높은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검증 등 줄어들 듯
지난해 납부된 세금에 대한 사후검증이 크게 늘어난 것을 납세자들이 사실상 세무조사로 인식하는 등 민원이 많았던 점이 내부 인사시스템의 직접적인 개편 배경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후검증이 급증하고 세무조사 강도가 세진 것이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내부 인사시스템상의 문제라는 지적이 있어 이를 손질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평가로 인사고과를 하다 보니 과도하게 추징하는 등 일부 부작용이 있었고, 이는 납세자의 민원과 조세불복 증가 등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납부된 세금에 대해 국세청이 소명자료·수정신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사후검증을 한 건수는 전년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무조사 건수는 2012년 1만8002건에서 지난해 1만8070건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후검증 건수 등이 감소하면 납세자들이 느끼는 조사 및 추징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