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 남윤선 기자 ]
“이번 회사채 부도의 파급효과(knock-on effect)는 상당할(material)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5억달러 규모 자산관리 상품의 부도를 간신히 막으며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중국 태양광업체 차오리솔라가 2년 전 발행한 회사채 10억위안(약 1745억원)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내놓은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1990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채권시장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뒤 첫 회사채 부도다. FT는 이번 부도가 중국 채권시장 낙관론에 흠집을 냈다고 썼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FT 보도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 회사채시장 규모는 12조달러(약 1경2800조원)다. 10억위안이 부도난다고 해도 1만분의 1 수준이다. 해당 기업은 원금이 아닌 이자만 못 갚겠다고 했다. 회사채는 파생상품이 아니어서 부도가 나도 제한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뿐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회사채 부실 규모는 1조8730억원 규모지만 이를 토대로 시장 전체의 위기론을 제기하진 않는다.
전문가들은 서구 언론의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최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그림자금융 위기설이다. 중국 그림자금융 규모는 전문가들의 최대 추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준이다. 또 그림자금융 상품을 출시한 은행들은 대부분 국유은행들이다. 만에 하나 상품들이 연쇄부도가 나고 이를 발행한 은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정부가 발권력을 동원해 막을 수 있다. 반면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그림자금융 평균 규모는 GDP의 약 111%다. 그런데도 서구 언론은 유독 중국의 위기설만 제기한다.
중국은 각종 경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서구 언론이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해도 서구 언론의 분석에는 과장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