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다하우 수용소에서 만난 독일인들

입력 2014-03-05 20:37
수정 2014-03-06 04:48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독일 남부 도시 뮌헨에서 북서쪽으로 16㎞ 떨어진 조그만 마을인 다하우. 이곳엔 1933년 3월 나치 정권에 의해 독일에서 처음 세워진 강제수용소가 있다. 정치범 구금시설로 출발했지만 유대인, 성직자, 장애인까지 수감됐다. 12년 동안 20만여명이 수용돼 3만여명이 질병과 굶주림, 학살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함께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았을 땐 수백명의 10대 독일 학생들로 붐볐다. 인근 김나지움(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역사 수업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안네 제츨러 교사는 “과거 우리가 저질렀던 만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며 “다하우가 속한 바이에른주에선 역사 수업 때 반드시 다하우 수용소를 방문해야 한다는 의무지침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는 바이에른주뿐 아니라 학교 교과과정에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와 관련된 기념관이나 박물관 방문을 의무화한 주가 많다.

독일 정부는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인 다하우 수용소를 그대로 남겨뒀다. 수용소 입구엔 나치가 유럽 곳곳에 수용소를 세우면서 내건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는 섬뜩한 문구가 여전히 붙어 있었다. 수용자들이 생활하던 공간뿐 아니라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독가스실까지 볼 수 있었다. 수용소 본관으로 쓰이던 건물은 수용자들의 유품이나 나치의 학살 장면이 담긴 사진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개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8월 독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묵념했다. 최근 아베 집권 후 위안부와 침략전쟁을 부인하며 잇따라 망언을 쏟아내는 일본 정치인들의 모습과 상반된다. 그럼에도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60%를 넘는 일본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메르켈 총리가 다하우 수용소를 찾아 묵념하면서 남긴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으로 가득합니다. 독일인 대다수는 당시 대학살에 눈을 감았고 나치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