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겨울왕국 스웨덴 누비는 현대차 싼타페…빙판 코너구간도 거침없이 '렛잇고'

입력 2014-03-05 09:01
수정 2014-03-05 09:53
마그나파워트레인, 차기 사륜구동 시스템 '플렉스4' 개발
이륜 주행시 구동축 회전력 차단…연비 3~5% 절감 효과



[ 최유리 기자 ] 스웨덴 아르제프로그(Argelplog)에 위치한 카켈(Kakel) 호수. 끝없이 펼쳐진 빙판길 위로 눈발이 날리는 광경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실사판을 보는 듯했다.

한 걸음 옮기기가 힘든 빙판길이지만 현대자동차 싼타페는 거침없이 '렛잇고'(Let it go)를 부르짓었다. 이 차에 장착된 사륜구동 시스템은 마그나파워트레인의 야심작 '플렉스4'(Flex4)다.

지난 27일 플렉스4의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 아르제프로그를 찾았다. 북유럽 스톡홀름에서도 북쪽으로 1000km 떨어진 곳이라 한 겨울엔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곤두박질친다. 날씨 탓에 녹지 않은 눈이 성인 키만큼 쌓인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든 혹한이지만 자동차 업체엔 반가운 환경이다. 극한 환경을 이용해 다양한 성능 시험을 해볼 수 있어서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파워트레인도 이곳에서 차기 사륜구동 시스템을 담금질 중이었다. 싼타페 데모카(실험용 자동차)를 통해 주행 성능과 연비 효율성을 테스트하는 것.

운전석에 앉자 센터페시아에 설치된 화면이 눈에 띄었다. 전륜과 후륜을 잇는 구동축의 회전을 살펴볼 수 있는 화면이다. 플렉스4의 핵심 기술력이 숨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싼타페에 적용된 전자식 사륜구동은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변화무쌍하게 바꿀 수 있다. 주행 조건에 따라 때로는 두 바퀴로, 때로는 네 바퀴로 달리는 식이다.

기존 전자식 사륜구동은 이륜 주행 시 바퀴만이 아닌 전륜과 후륜을 잇는 구동축도 함께 회전했다. 마그나파워트레인은 이 축을 통해 낭비되는 구동력에 주목했다.

요하네스 퀴헨베르거 마그나파워트레인 상품개발 매니저는 "이륜으로 달릴 때 축에 전달되는 회전을 끊어 연비를 3~5% 가량 절감했다"며 "사륜구동 시 다시 축이 회전하기 때문에 기존 주행 성능을 훼손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싼타페의 사륜구동 성능은 구동축 회전 여부에 상관없이 제 실력을 발휘했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자 빙판길을 꽉 움켜 쥔 바퀴가 망설임없이 굴러갔다. 시속 120km에 도달했을 때 운전대를 급히 꺾어봤다. 잠시 차체가 기우뚱하는 듯했지만 금새 균형을 찾았다.

이제 곡선 구간을 공략해볼 차례. 직선 구간에서 얻은 자신감을 토대로 속도를 시속 100km까지 올렸다. 전륜이나 후륜 차량이었으면 꿈도 못 꿨을 속도지만 사륜구동은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미끄러운 노면 상태가 무색할 정도로 코너도 매끄럽게 빠져왔다.

주행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마그나파워트레인은 양산 시점을 서둘러 잡고 있지 않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들어가는 설비 투자가 만만찮은 만큼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논의 중이다.

아르제프로그(스웨덴)=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