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모터쇼 개막
구매력 살아난 유럽 겨냥
차세대 콘셉트카보다 당장 팔릴 양산차 대거 전시
[ 정인설 기자 ]
“디지털혁명으로 자동차와 세상이 변하고 있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사진)은 스위스 제네바모터쇼 개막 전날인 지난 3일(현지시간) ‘폭스바겐그룹 나이트’ 행사에 나와 “앞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구글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업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빈터콘 회장은 모바일 기술 발전이 가져올 변화의 대표적인 예로 차량 교체 주기 단축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완성차업체들이 통상 7년 주기로 신차(전면변경모델 기준)를 내놓는데 모바일 시대에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이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빈터콘 회장은 “미래 자동차는 모바일 컴퓨터로 발전해 작동하는 방식이 혁명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이런 디지털혁명은 폭스바겐 차량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려 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고객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동안 차량 일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4일 스위스 팔렉스포에서 개막한 제네바모터쇼에는 ‘미래의 자동차’보다 연내 생산될 수 있고 ‘팔릴 만한 차량’이 전면에 나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1년 뒤에나 양산될 콘셉트카나 고성능 차량으로 대표되는 ‘드림카’가 주류를 이뤘다면 올해는 시내에서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타운카’들이 주인공이 됐다. 유럽 경기 회복으로 소비여력이 있는 고객층이 늘어난 데 따른 변화다. 뛰어난 연비로 대표되는 효율성 못지않게 출력·토크 같은 차량 본연의 성능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대표적 모델이 BMW의 소형차인 뉴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다. 뉴 2시리즈는 BMW가 이례적으로 내놓은 전륜구동 차량이다. 고급차 이미지와 운전의 재미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후륜 구동 차량만을 생산하던 BMW가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전륜 구동차를 선보인 것이다.
푸조는 뉴 108과 뉴 308을 주력 차량으로 내세웠다. 두 차량 모두 공간 활용도를 넓힌 타운카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유럽에 처음 내놓았다. 기아차는 81.4㎾급 전기모터를 달아 최대 111마력의 출력을 내는 ‘쏘울 EV(전기차)’를 유럽 최초로 공개했다. 한 번 충전으로 약 148㎞(한국 기준)를 달릴 수 있으며, 올 상반기 중 국내에 출시되고 하반기부터 유럽 미국 등지에서도 판매된다.
제네바=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