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황우여 윤상현 '친박(親朴) 2인방의 '차도살인(借刀殺人), 최후에 웃는 자는?

입력 2014-03-04 19:02

(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정몽준(MJ) 남경필 황우여 윤상현은 새누리당 대표 중진 및 스타급 의원들이다. 7선의 MJ는 이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차기 대선주자로서 4년 후를 내다보며 새해를 맞았다. 5선 중진이지만 아직 40대(65년생)인 남 의원은 당권-대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선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2년전 원내대표 결선에서 ‘친박’ 지지를 등에 업은 이한구 의원에게 불과 몇표 차로 석패했던 만큼 이번엔 당선이 유력했다. 5선의 황 대표는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여당 몫의 국회의장직을, 3선의 윤 의원은 입각을 신년 목표로 삼았을 것이라는 게 정가 주변의 관측이었다.

새해 6.4지방선거의 막이 오르면서 당내에서 ‘중진 차출론’이 거론됐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빅3’ 지역에서 야당의 우세가 점쳐지면서 MJ등 4명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의 일 같았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명분을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자 상황은 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출 거부의 명분은 옅어졌다. MJ를 필두로 차례로 차출에 응하기 시작했다.

MJ는 지난 2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남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MJ는 친박이 미는 김황식 전 총리와 예선전까지 치뤄야 할 판이다.

비박(非朴)으로 분류되는 MJ와 남 의원이 이처럼 등 떠밀려 지방선거 ‘구원투수’로 나선 반면 정작 친박(親朴)핵심이자 당대표와 원내수석 부대표의 중책을 맡은 황 대표와 윤 의원은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황 대표 등에 대한 차출 요구는 잦아들고 있다. 한편으로 대타를 내세우고 “시장 출마엔 3선급이 적당하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쳐 자신에 대한 차출론을 희석시킨 덕분이다.

‘황여우’로 불리는 황 대표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언제부턴가 유정복 안정행정부 장관이 황 대표와 윤 의원과 함께 인천시장 유력후보로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틈만 나면 유 장관을 인천시장 최적합 후보로 추대한 것도 바로 황 대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황 대표는 “인천시장은 3선이 할만한 자리"라며 윤 의원에게 떠넘기는 뉘앙스를 풍기곤 했다. 새해 들어 황 대표의 후보 추대는 유 장관으로 바뀌게 된다. 황 대표는 최근 여권의 인천시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유 장관에 대해 “이번이 (인천시장 출마의) 좋은 기회”라며 ““(유 장관이) 선후배나 가까운 사이로서 상담조로 물어본다면 사람이 기회가 여러번 오는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을 나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둘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당 대표로서 인천시장 후보 수락을 에둘러 종용한 셈이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최근까지도 “(출마설에 대해서는) 저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유 장관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시일인 6일을 앞둔 3일 그는 페이스북에 “거듭되는 출마요청에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며 잠적한 후 4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군수와 시장을 거쳐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역구인 경기 김포시민회관에서 “나라와 당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거센 회초리가 저를 피멍들게 하고 있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수도권 ‘빅3’ 지역의 ‘후보 퍼즐’이 마침내 완성된 것이다. 당내에서는 여전히 유 장관과 황 대표의 예비 경선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과연 황 대표가 장관직을 던지고 나온 유 장관을 상대로 예비 경선을 치를지는 의문이다.

여권 내 비주류 인사는 “비주류들을 모두 사지로 내몰고 정작 당 지도부에 몸 담고 있는 둘은 대타를 내세워 ‘차출’ 요구를 비켜가고 있다"며 “자신들 손에는 피 한방울 묻히지 않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계략"이라고 맹비난했다.

남의 칼(유 장관)로 목적(차출 회피)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여권내에서는 유정복 장관의 후임자로 윤 의원이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또 다른 유력 후보의 등장 덕에 황 대표와 윤 의원은 차출 부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차출에 응했건, 회피했건 이들 모두는 6.4지방선거에서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공동 운명체다.

MJ는 친박이 미는 김 전 총리 뿐만 아니라 지지율에서 근소하게 밀리는 박원순 시장까지 차례로 꺾어야 한다. ‘선거불패’ 신화를 써가고 있는 그에게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예선 및 본선은 정치인생 최대의 승부처인 이유다. 한번이라도 삐긋하면 유력 대선주자에서 순식간에 ’한물간 정치인‘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남 의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경기도 가상대결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통합 신당이란 변수 출현에다 김상곤 김진표 원혜영 중 야권 단일후보와 맞붙어야 한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에 질 경우 그의 정치인생에도 ‘먹구름’이 드리울게 뻔하다.

황 대표와 윤 의원도 마냥 웃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황 대표의 경우 내심 바라고 있는 국회의장직을 거머쥐려면 지방선거에서 ‘전과’를 올려야 한다. 만약 수도권 ‘빅3’중 인천에서 지기라도 한다면 그의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세곳의 판세가 워낙 백중지세(伯仲之勢)여서 최후에 누가 웃게 될지 가늠조차 힘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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