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조된 한·일 갈등 풀어줄 해법 찾았다 … <3> 한일 손잡고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만들자

입력 2014-03-04 14:43
수정 2014-03-04 16:25
[ 최인한 기자 ]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은 애증 관계다. 두 나라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수준이 가장 높고,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역사 인식과 독도 영유권 등을 놓고 정치·외교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양국에서 보수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정상회담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한일 기업인들이 꼬인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나섰다. 경제협력으로 정치·외교적 난제를 풀자는 취지에서다.

양국 업계를 대표하는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는 제3국시장에 공동 진출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달 24~26일 미얀마에 공동 조사단을 파견하고, 현지 세미나를 열었다. 삼성, 롯데, 한화, 효성 등과 일본의 미쓰비시, 스미토모, 미쓰이, ANA 등 50여사가 참여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제3국에서 한일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지 진출 방안을 공동 논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미얀마 조사단에 참가해 지켜본 한일 경제협력 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시리즈 순서 ##
(1) 한일 기업, 아세안시장 공동 진출로 ‘윈윈’
(2) 한일협력, 미얀마에서 역사적 첫 걸음 내디뎠다
(3) 한일 손잡고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만들자

< 3 > 한일 손잡고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만들자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왼쪽)·고레나가 가즈오 일한경제협회 전무 대담

“미얀마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한일조사단 방문이 성사될지 지난 1년 동안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양국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결실을 맺었어요. 양국 관계가 어려울수록 기업인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미얀마 공동 진출은 한일 경제협력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입니다.”(고레나가 가즈오 일한경제협회 전무)

“미얀마의 경제발전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두 나라는 인프라 건설 등 미얀마시장에 공동 진출할 사업이 많습니다. 양국이 미얀마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경우 동아시아경제공동체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한일이 과당 경쟁을 피하고 협조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국과 일본의 재계를 대표하는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과 고레나가 가즈오 일한경제협회 전무는 미얀마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 정치·외교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기업인들이 해빙의 물꼬를 트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업계 대표 50여명이 미얀마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조사 활동을 마친 25일 저녁 양곤 시내 차트리움호텔에서 대담을 가졌다. <정리=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미얀마 조사단 활동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 이종윤 부회장= 한마디로 말해 성공적인 행사였습니다. 양국 기업인들이 경쟁 관계를 벗어나 현지에서 협력했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특히 한국에 앞서 미얀마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 정부 측이 유용한 투자자료를 한국 측에 제공해 큰 도움이 됐습니다.
▲ 고레나가 가즈오 전무= 점수로 매기자면 80점 정도로 평가합니다. 앞으로 투자를 진행해 실제로 성공할지가 관건입니다. 양국은 제3국에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시장 조사단을 파견했습니다. 행사가 성사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 한일기업이 미얀마에서 협력할 분야를 꼽는다면.

▲ 고레나가 전무= 도로, 상하수도, 발전소 등 사회 인프라 사업이 유망합니다. 전력 분야는 양국 기업이 손을 잡으면 ‘윈윈’ 가능성이 큽니다. 의료 및 교육 시장과 엔지니어 등 현지 전문인력 육성도 필요해요. 아직 미얀마에는 법률 등 국가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외국기업들이 투자하기에 리스트가 큽니다. 한일이 힘을 모아 미얀마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 이 부회장=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미얀마의 경제성장을 위해 숙련 노동자 및 전문가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해요. 양국이 현지에서 인재육성 사업을 공동으로 펼치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함께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요.

△ 경색된 한일 관계가 언제쯤 풀릴까요.

▲ 이 부회장= 세계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접근하면 한일 문제도 잘 풀릴 겁니다. 선진국인 한일이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주변국들로부터 존경을 받기 어렵습니다. 양국간 경제협력이 강화되면 정치,외교 갈등 해결의 물꼬도 트일 것입니다.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경제인회의가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고레나가 전무= 꼬인 한일 긴장이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도 적극 중재에 나섰습니다. 양국관계 악화가 이어진다면 지구촌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요. 이웃인 두 나라가 함께 발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아시아 각국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 올해 한일 경제 전망은.

▲ 이 부회장= 양국은 산업구조가 비슷합니다. 엔화 동향이 한국경제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일본의 엔화 약세 추세에 맞춰 한국 원화도 적정 수준으로 절하돼야 해요. 환율만 잘 조정되면 한국경제는 올 하반기 이후 점차 안정될 겁니다.
▲ 고레나가 전무= 달러당 100엔 선은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됩니다. 다음달 일본에선 소비세 인상이 예정돼 경제에 영향을 줄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디플레이션(물가하락)도 해결되고 있어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일본경제는 살아날 전망입니다. 일본경제 회복이 한국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경제공동체는 진전이 없습니다.

▲ 이 부회장= 한국과 일본이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 힘을 합쳐 좋은 성과를 내야 합니다. 이 곳에서 결실이 나오면 국제 정세에 따라 동아시아경제공동체가 예상보다 일찍 성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양국간 정치, 경제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으나 경제협력이 더욱 필요한 이유입니다.
▲ 고레나가 전무= 세계적으로 미국과 유럽 중심의 경제체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시아가 중심이 됩니다.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 경제를 이끌어야 해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경제공동체를 향한 가시적 진전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정리=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