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카페베네 글로벌 일꾼 안대선 대리 "10년뒤 카페베네 해외본부장" 내 취업 열쇠는 '사명서'

입력 2014-03-03 21:36
수정 2014-03-04 04:12
카페베네 글로벌 일꾼
안대선 대리

해외봉사단 참여로 커피와 인연
채용때 직장생활 계획서로 어필
해외영업 언어보다 문화 알아야

사우디 근무시절, 라마단으로 매출 고민
저녁엔 단 음식 수요 있을 거라 생각
카페모카 마케팅 먹혀


[ 이도희 기자 ]
“면접 때 비장의 무기로 ‘10년 뒤 카페베네 해외본부장’으로서의 포부를 담은 ‘사명서(mission statement)’를 들고 갔죠. 그렇게 해서 두 명을 뽑는 해외사업부 신입사원으로 최종 합격했어요.”

2011년 2월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해외사업팀의 첫 신입사원이 된 안대선 대리(29·아주대 불어불문학과 졸)는 3년 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개의 대학 졸업장에 8년간 외국어와 씨름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7월 직영매장을 위탁 형태로 전환한 데 이어 이번에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신입사원을 뽑는다. 채용 규모는 10명 이상, 90명 이내다. 작년에 매장 형태를 바꾸는 과정에서는 본사 소속 매장 직원 100여명을 개인사업자로 전환해 ‘강제 퇴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체질 개선을 통해 경영 내실을 강화하고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베네타워’라는 이름으로 통합 이전한 카페베네 서울 청담 사옥에서 안 대리를 만나 합격 비결을 들어봤다.

○하루 10시간 이상 외국어 공부

안 대리가 카페베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 1월. 취업 준비를 위해 우연히 들른 카페베네 매장에서 발견한 포스터에는 ‘카페베네 청년봉사단 1기 모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1년에 아메리카노 다섯 잔도 마시지 않을 정도로 커피에 문외한이던 그였지만 해외에서 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바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21명의 봉사단원과 함께 1주일 동안 인도네시아 커피농장에서 직접 커피를 제조하며 커피의 매력에 빠졌다.

이때의 경험을 잊지 못한 그는 1년 뒤 다시 카페베네의 문을 두드렸다. 카페베네에 새로 생긴 ‘미국유럽오픈팀’의 정규직 수시 채용에 지원한 것이다. 당시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순이었다. 안 대리는 면접 때 그동안 공부한 외국어와 직장생활 계획을 담은 ‘사명서’로 면접관의 눈길을 끌어 입사에 성공했다.

2003년 한 전문대학 호텔관광학과에 입학한 그는 2년 동안 매일 하루의 절반을 외국어와 함께했다. 도전하기를 좋아한 데다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오전 7시 편입영어를 시작으로 닥치는 대로 영어를 배웠어요. 방학 때는 ‘8개 국어 구사’라는 꿈을 꾸고 스페인어와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도 공부했죠.” 2006년에는 아주대 불어불문학과에 편입했다.

○언어보다 문화가 중요한 해외사업

입사 직후 그에게 바로 해외 업무가 맡겨진 것은 아니었다. 첫 업무는 점포분석이었다. “처음 두 달 동안은 국내 점포개발팀에 배치돼 영업 현장을 체험했어요. 서울지역 180개 매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입지조건, 매출 등을 파악했죠. 힘들었지만 해외매장 오픈 업무를 맡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어요.”

이후 5개월간 마케팅팀을 거쳐 2012년 1월, 그는 드디어 해외사업본부로 발령받았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를 다니는 동안 안 대리는 언어가 해외 업무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지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능숙한 회화실력도 소용없었던 것이다.

“발령 이듬해인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 간 적이 있어요. 이슬람교를 믿는 사우디인들이 약 한 달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라마단’ 기간이어서 매출도 걱정되고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곧 달리 생각했어요. 보통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단 음식을 찾는데 이 ‘라마단 특수’를 이용해 카페모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었죠.”

그는 지난해 10월 커피사업본부로 옮겨 내달 문을 열 예정인 경기 양주의 로스팅 공장에서 커피 제조 업무를 챙기고 있다. 카페베네는 해외사업팀 등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부서끼리 3~5개월 간격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한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서다. 안 대리도 부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해외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그랜드오픈’ 행사 참여를 위해 다시 사우디로 떠날 예정이다.

안 대리는 틈틈이 자신의 ‘사명서’ 계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번 학기부터 세종사이버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도 수강하고 있다. 1~5기 청년봉사단이 함께하는 독서모임에도 참여해 해외사업본부장으로서의 인성을 키우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열정적인 맞춤형 인재 뽑을 것”

카페베네의 이번 채용 전형은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면접전형(영어 회화 포함) 등으로 이뤄진다. 회사 인사담당자는 “회사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한 맞춤 인재를 선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업무는 생각보다 거친 일이 많기 때문에 안 대리처럼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함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카페베네는 최근 ‘즐거운 직장문화 만들기’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서울 중곡동의 사원주택 ‘베네하우스’, 회사에 관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하는 ‘365아이디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안 대리는 “365아이디어는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데다 김선권 대표가 직접 확인하는 만큼 카페베네 구직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도희 한경매거진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