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도에서 만난 한국

입력 2014-03-03 21:21
수정 2014-03-04 04:48
찬란한 대한민국을 만든 부모세대에 감사
더 나은 나라 물려주려면 우리가 할일은…

조현민 <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3490 target=_blank>대한항공 전무·정석기업 대표 emilycho@koreanair.com >


올해 초 인도 라자스탄 주도인 자이푸르에서 시작해 뭄바이, 뉴델리 등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처음 방문하는 곳인 만큼 설렘과 기대가 컸다. 그런데 시내로 들어가는 길부터 문화적 충격은 시작됐다. 차선도 없는 도로에 양보는커녕 딱히 대상도 없는 경적 소음에 첫날부터 인상이 찌푸려졌다. 잠시 차가 멈추자 창문에서 들리는 ‘쿵!’ 소리. 깜짝 놀라 돌아보니 꼬마 남자아이가 구걸을 한다. 아이 뒤로는 쓰레기통이 줄지어 있고, 넘쳐나는 쓰레기를 먹고 있는 소, 그 옆엔 쓰레기더미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인도 최대 상업도시인 뭄바이와 핑크색 역사 도시인 자이푸르에는 최신 초고층 건물과 고급 자동차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습 사이사이에 맨발의 인력꾼이 끄는 ‘릭샤’와 낙타, 코끼리가 이동수단으로 공존한다.

나는 문득 역사책으로만 봤던 과거 한국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도에서 접한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1970년대 서울과 현재의 서울은 참 많이 달라졌음을 누구나 느낄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배고픔과 싸워야 했고,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에게 구걸을 해야만 했다.

이번 인도 방문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개인이 속한 사회, 국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어려운 환경을 회피할 대상이 아닌 이겨낼 목표로 삼고 전력투구한 한민족의 저력을, 인도 인력거꾼 입가의 미소 속에서도 보았다.

인구 12억명의 인도에서는 매년 수십만명의 전자공학 전공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1억5000만명이 넘는 영어 가능인구가 있으며, 해외에 나간 인도인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액수가 연간 300억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컴퓨터·유전공학 인재들은 인도의 힘이자 희망이고 ‘인력거꾼의 환한 웃음’일 것이다.

인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자 떠났던 여행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할 만큼 경제 성장에 기여한 나의 부모, 조부모 세대에 새삼 감사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가 놀랄 발전을 이룩해낸 불굴의 도전정신은 아마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룬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경제규모 12위의 대한민국. 이 위대한 나라를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모습으로 물려주기 위해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정석기업 대표 emilycho@koreanai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