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자객

입력 2014-03-03 20:32
수정 2014-03-04 05:00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사마천의 《사기》 ‘자객열전’에는 자객(刺客) 5명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조말 전제 예양 섭정 형가다. 특히 연나라 태자의 의뢰를 받고 진시황을 암살하려고 한 형가의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가 진시황을 암살하려 떠나면서 부른 노래가 형가가(荊軻歌)다.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물은 차구나/대장부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風蕭蕭兮易水寒,壯士一去兮不復還).’ 듣는 이들의 눈을 부릅뜨게 하고 머리카락을 곤두세웠다고 사마천은 전하고 있다.

자객을 뜻하는 영어 assassin의 어원은 페르시아어에서 나왔다. 십자군들을 암살하기 위해 페르시아에서 활약한 이슬람교도의 일파가 암살을 실행하기 전에 마약 하시시(hashishi)를 복용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슬람제국은 자객에 의해 정통 칼리프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왕조가 설립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자객은 자신의 영토가 없이 영주에 기대 사는 식객의 하나였다. 영주들은 적을 물리치고 없애는 데 쓰기 위해 이들을 몰래 키웠다. 이들은 물론 나름대로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 자세는 일입일살(一入一殺)이다. 그들이 노리는 대상은 오직 한 사람으로 목표 이외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을 극력 피했다. 주로 검이나 단도를 썼지만 비수(匕首)나 도끼를 사용하는 자객들도 있었다. 근대에 들어선 권총이 많이 활용됐다. 물론 의를 중시하고 구국의 신념을 가진 혁명가로도 묘사된다. 하지만 자신의 사적 이익에만 집착한 자객들도 많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자객들의 얘기는 끝이 없다.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나 우범선을 살해한 고영근 등은 대표적 자객으로 근대사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해방 이후 김구나 장덕수 여운형 등 정치가들은 자객에 의해 암살된다.

자객 스토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다. 관련한 영화도 많다. 닌자 영화가 바로 자객 영화들이다. 이들은 누가 어떻게 미화하든 요새말로 청부살인업자들이다.

엊그제 중국 쿤밍(昆明)지방 철도역에서 복면을 쓰고 흉기를 든 괴한 10여명이 불특정인을 겨냥해 무차별로 테러를 저질러 민간인 170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장 위구르족 독립 세력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으킨 테러로 규정하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한 무차별 테러에 위구르식 장검이 잔혹하게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신장에 사는 위구르족으로서는 하늘에 사무친 원한이 있었을 것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