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차기 대권 수혜주 어딘가 봤더니 … 신격호 사랑 '롯데쇼핑'이 핵

입력 2014-03-02 09:34
2010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쇼핑 주가를 두고 쓴소리를 했다. 내부 회의 석상에서 “롯데쇼핑 주가가 왜 이정도 밖에 안 되느냐”고 지적한 것.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롯데쇼핑 주가는 30만 원대 초반. 7개 계열 상장사 중 가장 높았다. 2월 말 현재 주가는 35만 원이다. 신 회장은 그룹 맏형 격인 롯데쇼핑이 시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느냐에 따라 그룹 전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신 회장의 ‘롯데쇼핑 띄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신 회장은 새해 경영화두로 해외사업의 지속적인 확장을 제시했다. 그 중심에 롯데쇼핑이 있다. 올 상반기쯤엔 베트남 하노이에 짓고 있는 ‘롯데센터 하노이’가 완공된다. 또 중국 선양 복합몰에선 백화점, 영플라자, 롯데시네마 등 3개 부문이 영업을 시작한다.

아버지의 ‘롯데쇼핑’ 사랑을 바라보는 두 아들로선 예삿일이 아니다. 장남인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식을 매입했다. 계열사 지분을 통해 롯데쇼핑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왕자의 난’ 효과로 주가 오를까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가 ‘차기 대권주자’ 싸움에서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계열사가 51개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있다. 이중 43개가 롯데쇼핑을 거쳐간다. 롯데쇼핑이 경영권 확보의 ‘핵심 뇌관(雷管)’인 셈이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13.46%, 신동주 부회장은 13.45%다. 0.01%포인트 차다. 이들의 지분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경쟁이 이뤄질 경우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잇달아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백화점의 단기 실적 우려가 여전하다” 며 “신규 출점 비용 부담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돼 손실 규모의 감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분 경쟁에만 초점을 맞춰 사들이기엔 실적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과 사업은 롯데그룹이 한국에 진출할 당시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신 회장의 애착이 크다.

신동주 부회장은 지난해 초 다섯달 연속으로 롯데제과 지분을 늘렸다. 롯데제과의 지분을 늘려 정통성을 확보하려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엔 식음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롯데제과의 전망도 밝아졌다.

자산운용사의 한 대표는 “1922년생인 신격호 회장이 ‘최고령’ 주식부호로 꼽힐 정도로 고령인데다가 건강 또한 의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관심은 차기 대권주자들의 지분 경쟁에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산업화를 이끌어 온 재벌 1, 2세대가 은퇴할 나이가 되면서 경영권 승계에 따른 지분 경쟁 수혜주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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