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된 보물선 찾아 나선 사람들, 무역독점권 가진 회사 투자자들…누가 더 광기에 휩쓸린 걸까?

입력 2014-02-28 21:22
수정 2014-03-01 03:40
스토리&스토리


영국 사람들이 남해회사에 열광했던 배경 중 하나는 침몰한 스페인 보물선 콘셉시온호에서의 보물 인양 사건이었다. 남아메리카와의 무역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이 지역 무역독점권을 획득한 남해회사에 몰려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641년 보물을 가득 실은 스페인 선단은 멕시코 베라크루스 항을 떠나 항해하던 중 침몰했다. 이 배가 콘셉시온호다. 침몰 지역은 지금의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북으로 130㎞가량 떨어진 아브로호스 산호섬 근처였다. 콘셉시온호가 침몰하자 스페인 왕실을 비롯해 카리브해 해적들까지 이 배를 찾는 데 혈안이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로부터 몇십 년이 흐른 뒤 아메리카 식민지 출신으로 어렵게 선장이 된 윌리엄 핍스가 전설처럼 전해오던 콘셉시온호에 대해 알게 됐다. 그는 즉시 영국으로 건너가 투자자를 모집했고, 그 돈으로 인양선단을 꾸렸다. 7년간에 걸친 수색 끝에 배를 발견했고, 핍스는 다른 선원들과 함께 59일에 걸쳐 보물을 건져냈다. 그가 건져 올린 은화와 금덩어리 등 보물의 가격은 30만파운드가 넘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투자자들에게 1만%가 넘는 배당을 했다. 이 공로로 핍스는 영국 국왕으로부터 작위를 받고, 나중에 매사추세츠 총독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이때 핍스 선장이 인양한 보물은 콘셉시온호에 실려 있던 보물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그 후로도 보물 인양 시도는 이어졌다. 그러나 실패했다. 그러던 중 300년이나 지난 1970년대에 가산을 탕진해 가면서 17년 동안이나 보물선 콘셉시온호를 찾던 미국인 버트 웨버에 의해 배는 다시 발견된다. 그는 수천만달러가 넘는 보물을 인양했다.

300년 동안이나 찾지 못할 정도로 성공 확률이 희박했던 ‘침몰한 보물선 찾기 프로젝트’에 투자했던 사람들이야말로 ‘광기’에 휩쓸린 것과 다름없다. 이 ‘광기’는 1만%의 배당으로 보상받았다. 이에 비하면 이 무역거래를 독점한 남해회사에 열광한 사람을 ‘광기’에 휩쓸렸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전자가 아닌 후자가 광기에 휩쓸려 버블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식의 평가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