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브랜드 'K-시리즈' 활용…품목별 조직 10곳으로 늘려
수출전업농 3000곳 육성…농식품 수출 2017년 100억弗 목표
[ 고은이 기자 ] 농협이 한국판 ‘제스프리’를 만들기로 했다. 뉴질랜드의 글로벌 키위 브랜드이자 키위 수출농가 조합인 제스프리 같은 전략형 브랜드와 수출조직을 적극 육성해 세계 시장을 노린다. 몇 년째 50억달러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농식품 수출 규모를 2017년 100억달러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다.
○수출농가 전국적으로 조직화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사진)는 28일 “현재의 수출시스템을 전면 개혁해 명실상부한 농산물 수출시대를 열겠다”며 “전국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수출농가들을 한데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게 개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산지농협에 속해 있는 수출농가를 전국적으로 조직화해 △수출창구 단일화 △산지별 규격 통일 △연중공급 시스템 구축 등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 한마디로 한국판 제스프리를 제대로 육성하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시장 교섭력을 갖추기 위해선 대단위 생산·유통조직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수출연합조직은 ‘K-시리즈’라는 공동브랜드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 연합품목으로는 장미, 파프리카, 배, 인삼 등을 선정했다. 수출농가들을 조직화하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수출농가 간 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아 먹기’ 현상을 없앨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수출연합조직에 참여할 수출 전업농가 수도 1500여곳에서 2017년 3000곳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역별 농협은 농가와 공동기금을 조성해 수출가격이 떨어질 경우 국내 출하가격과 비교해 차액을 보전해 줄 계획이다. 현재 농가들이 수출가격 불안정을 우려해 수출 전업농으로 전환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다.
농협중앙회의 수출손실 지원자금 규모도 지난해 4억2000만원에서 올해 10억원까지 올린다. 시장가격 변동이 커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우려되는 품목이 지원 대상이다.
○신선농산물 수출 비중 높인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통해 지난해 2억6000만달러인 농협의 농식품 수출 규모를 2017년 10억달러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기업을 포함한 한국의 전체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여는 데 일조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농식품 수출 실적은 정체된 상태다. 2009년 33억달러에서 2011년 53억8000만달러까지 뛰었지만 3년째 50억달러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한국의 농식품 수출은 주로 가공식품에 의존해 왔지만 앞으론 신선농산물 비중을 높여 가능성을 찾을 것”이라며 “수출조직이 조성되지 못한 품목의 경우 소포장 상품화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수출시장별 특성을 분석해 수출 대상 국가마다 주력 신선농산물 품목을 정했다. 딸기(홍콩), 토마토(일본), 배(미국), 밤(중국) 등이다.
농협은 3월 중 수출전진대회를 열어 수출 의지를 다잡고 농산물 수출 활성화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역 농협별로 수출목표제를 도입하고 수출실적을 달성한 농협에는 상금도 지급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